'222분 死鬪'… 결론은 사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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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리 애거시(34.미국)로서는 간간이 비까지 뿌리는 멜버른(호주)의 날씨가 야속했을 것이다. 한여름 폭염이 내리쬐는 예년 같았다면 사막지대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신인 그로서는 다혈질 청년 마라트 사핀(24.러시아)을 좀더 쉽게 요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경기 시작 세시간을 넘겨 어둠이 짙어지면서 애거시의 마술 같은 스트로크는 점점 힘을 잃었다. 반면 어린 시절 스페인에 유학, 1m93㎝의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정교한 스트로크를 익힌 사핀의 샷은 흔들림이 없었다.

사핀이 29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총상금 1백75억원)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지난해 챔피언 애거시와 3시간42분간의 풀세트 접전 끝에 3-2(7-6, 7-6, 5-7, 1-6, 6-3)로 승리, 2002년 준우승 이후 두번째로 결승에 진출했다. 사핀은 다음달 1일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와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승자와 우승상금 1백20만 호주달러(약 10억원)를 놓고 맞붙는다.

첫 세트를 따낸 사핀은 둘째 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4-5로 뒤졌으나 이날 처음으로 애거시의 서브게임을 뺏어 5-5 동점을 만들며 흐름을 돌렸다. 사핀은 마지막 세트에서 네번째 애거시의 서브 게임을 따내 3-1로 앞서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한편 여자단식 준결승에서는 벨기에의 쥐스틴 에넹-아르덴(22.세계 1위)과 킴 클레이스터스(21.2위)가 나란히 승리, 31일 결승전을 치른다. 두 선수의 메이저대회 결승 맞대결은 이번이 세번째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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