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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문화재 반환문제 부각-獨,佛에 모네作品등 선물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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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군이 프랑스에서 약탈해 간 미술품이 프랑스정부에 반환됨으로써 약탈문화재 반환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독일정부는 나치군이 빼앗아온 뒤 지금까지동독의 한 박물관에 수장하고 있던 모네.세잔.쿠 르베.고갱.들라크루아.피사로 등의 그림 28점을 프랑스에 돌려주기로 하고 지난달 30일 양국 정상회담 석상에서 콜총리가 그중 모네의 그림 한점을 미테랑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이나 러시아.미국.일본등과 함께 문화재수탈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다.비록 이번 사례가 정치성을 띤 수탈국 간의 반환(독일정부는 「선물」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이긴하지만 韓國을 비롯한 문화재 피침탈국들로서는 강 대국에 빼앗긴문화재 환수를 촉진할 수 있는 고무적인 선례로 지적되고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간의 문화재반환논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50년대 중반부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유네스코는 1954년 「무력충돌시 문화재보호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1970년 「문화재 불법반출입및 소유권 이전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또 유엔은 다른 나라로부터 약탈 또는 불법으로 획득한 문화재를 본국에 되돌려주라는 「문화재 원소유국반환 결의안」을 지난 81년과 87년 2차에 걸쳐 채택한 바 있다.한편으로「사법통일을 위한 국제 연구소(UNIDROIT)」는 지난91년부터 「도난및 불법 반출 문화재의 국제적 반환에 관한 협약안」의 성안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약이나 결의안에 따라 반환이 이루어진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게 아닌데다강대국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유네스코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더구나 협약 자체가 소급반환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英國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파르테논신전의 대리석조각을 돌려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채 올초 숨을 거둔 그리스의 맹렬여성장관 멜리나 메르쿠리의 안타까운 일화가 문화재 반환의 어려운 실상을 대변하고 있다.
강대국들은 문화재는 어느 한나라의 유산이기에 앞서 인류공동의유산이라는 논리를 앞세운다.따라서 제대로 보존할 줄 알고 보다많은 사람들에게 관람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가 소장하는 편이 인류를 위해 낫다는 주장을 편다.이들은 또 戰時같은 非常상황에서 획득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수집된 문화재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프랑스가 미로의 비너스를 그리스에 돌려주고,영국이 파라오의 보물을 이집트에 돌려주면 뒤에 줄을 잇게 될 반환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져 루브르박물관이고,대영 박물관이고 텅텅 비게 되는 사태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성을 감안하더라도 어쨌든 이번 미술품 반환은 약탈문화재 반환의 좋은 선례로 기록될 전망이다.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도서처럼 적어도 힘에 밀려 강대국에 빼앗긴 문화재에 대해서는 반환이 마땅하다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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