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열전>선수치기-유사제품 출시 경쟁社 신제품 김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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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처럼 상대방이 하려는 바를 먼저해버리는「선수치기」는 때때로 자신에게 다가올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좋은 수단이 된다.
「앤티 컴피티션」(Anti-Competition)으로 불리는기업들의 마케팅전략도 이와 같은 것인데,자신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경쟁상품을 상대로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정상적인 제품경쟁을 피하고 대신「희생양」格인 유사제품을 먼저출시함으로써 상대방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흩뜨린다는것으로 지난84년 美國 GM社의「캐딜락 시빌」에 맞서 포드社가「링컨 타운」이란 차종을 등장시킨 것이 고전적 인 例다.
당시 포드社는 GM의「캐딜락 시빌」이 ABS장치를 처음으로 내장시킨 차종이며 그래서 제품광고도 브레이크.빗길운행시의 안전성에 중점을 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하지만 문제는 ABS내장기술이 하루아침에 확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 라는 점이었다. 고심끝에 포드社는 기존차종의 브레이크장치를 약간 개량한「링컨타운」이라는 제품을 캐딜락시빌보다 보름정도 먼저 등장시켰다.그리고 그차의 다른 장점은 다 접어두고 또 소비자들이 믿든 말든「브레이크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에 광고를 집중시켰는데 이것이 적중했다.GM社로서는 ABS를 강조해봐야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자신들이 모방제품으로 오해받는 꼴이 돼버리고,할 수없이 품위가 어쩌고 저쩌니 하는 그저그런 광고를 하면서 6개월을 보내는 동안 포드社는 ABS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에서는 92년 롯데칠성이 코카콜라社의 무색탄산음료인「스프라이트」의 국내진출에 맞서 내놓은「스프린터」가 그 경우다.
이름은 물론,제품포장까지 비슷해 수차례 법정공방까지 벌였던 이제품들은 당시「유사제품이나 만드는 회사」라는 오명을 롯데칠성에 안겨다 주기도 했다.하지만 결국 스프라이트를 별볼일 없게 만드는데 성공,롯데칠성은「日本의 미츠야 사이다등 세계 유수의 음료를 물리친 스프라이트를 유일하게 막아낸 회사」라는 명예를 갖게된 것이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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