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료개혁 정부 최우선 과제로”/서상목 보사장관 특별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병원 친절도따라 수가 차등화/지방대학병원 응급센터로 육성/고가장비진료 의보적용 되도록/의보수가 올려 서비스 개선 유도
「특진 중병앓는 의료현장」 시리즈를 계기로 보건·의료행정 책임자인 서상목 보사부장관을 중앙일보 권일 기획특별취재부장이 인터뷰했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 의료문제가 문민정부의 앞날을 좌우할 만큼 중대현안이 되고 있으므로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의료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편집자주>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현행 의료체계·제도에 환자·의료인 양측 모두가 엄청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불합리한 의료보험제도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데는 양측 의견이 일치하더군요. 우리의 의료보장제도가 외형 확대에 급급해 질적인 면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장관의 솔직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77년 의료보험 도입,89년 전국민 의보실시는 우리 사회보장 수준을 높이는 제1의 도약이었지요. 그러나 중앙일보가 의료시리즈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최근에는 국민 모두가 의료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의료서비스 질이 문제고 의사들은 운영난을 호소합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제2의 도약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의료보장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의료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중인데 개혁위의 기본방향이나 주요 개혁 내용은 무엇입니까.
○하반기에 법개정
▲개혁위는 첫째 의료의질적 수준향상,둘째 계층간·의료보험조합간 형평성 제고,셋째 제도운영의 효율성 증대라는 3대 개혁목표를 설정하고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킬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왜곡현상의 주된 원인이 불합리한 의료보험 수가 때문이라 보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중입니다.
­명칭을 보면 「개선」이 아니고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재의 의료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뜻입니까.
▲개혁이란 용어를 쓴 것은 선입견 없이 21세기에 대비한 의료보장제도의 기본틀을 재정비하자는 의미입니다.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겠다는 것이지 모든 걸뒤집어 놓겠다는 건 아닙니다. 개혁위에서 제시한 개선안은 올 하반기부터 관계법령을 개정하는 등 바로 실천될 것입니다.
­장관의 지적처럼 1차적으로 우리 의료보험 수가가 잘못돼 의료체계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의료서비스 질향상을 위해선 가장 선결되어야 할 문제일텐데요.
▲의보수가가 낮고 구조가 잘못된 점을 인정합니다. 수의사가 송아지를 받으면 8만원을 받지만 신생아 분만료는 3만2천원에 불과합니다. 진료수가가 낮으니까 의사들이 외래환자를 적정이상 많이 진료한다든지,과잉진료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지를 맞추려 듭니다. 소아과·산과·외과는 기피하고 보험적용이 잘 안되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 의사들이 몰리는 현상도 결국 수가 때문이지요.
­의보수가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 대신 질병에 따른 포괄수가 제를 도입하려 합니다. 우선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몇개 질병군을 선정,적용해 보고 점차 확대할 방침입니다.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고 의사들도 진료한 것만큼 보상 받을수 있어 의료계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매년 의보수가를 일방적으로 조정·결정하는 방식도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의료공급자·사용자·공익대표로 의료수가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맡길 방침입니다. 일부에선 이럴 경우 수가가 치솟는다고 우려하지만 위원회 구성비율에서 공급자 즉 의사·병원측이 과반수가 안될 것이므로 불합리하게 수가가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의보수가 문제를 정부가 끌어안고 있는 바람에 조정시기를 놓치고 수가를 왜곡시킨 점이 적잖습니다.
­장관께선 의료 사보험 도입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이 경제력에 좌우돼 자칫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의보적립금 활용
▲현행 제도로는 만족할 만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사보험제를 전면 실시할 경우 병원에선 사보험 환자 위주로 진료해 의료가 이중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부분에 한해 사보험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같은 진료행위에 두가지 의료수가를 매기자는게 아니고 의료보험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진료영역에 대해 제한적인 사보험을 허용하려는 것이지요.
­재정이 취약한 지역의보조합과 큰 흑자를 내고 있는 직장의보조합을 통합,조합간의 의료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현재의 조합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조합을 광역화하겠습니다. 아울러 지역의보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소득수준과 인적구성비에 따라 차등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직장의보 적립금 3조6천억원을 의료계 발전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응급진료는 휴일·야간진료와 함께 국민들의 피부에 절실히 와닿는 문제인 만큼 국민들의 불만도 가장 많습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응급의료는 국가가 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응급진료체계의 구축·확립 문제는 의료개혁의 최대 현안입니다. 우선 112,119,129로 나뉜 응급연락체계를 정보망은 112로,앰뷸런스 운영은 119소방서로 통합해 관리하려 합니다. 응급의료 수가는 조속히 현실화하겠으며 내년부터 휴일 당직의사제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또 국립의료원을 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는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응급의료 시설을 갖춘 지방 대학병원 등을 권역별 응급센터로 지정,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시설투자를 지원하겠습니다.
○분쟁조정법 필요
­입원전쟁·장시간 진료대기를 부추기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도 결국 의료행정의 잘못에서 기인하는 것 아닙니까. 이를 해소할 구체적 방안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3차 진료기관 이용시에 필요한 진료의뢰서 발급요건을 강화하고 1,2차 병원을 경유하지 않아도 가능하던 3차 진료기관의 5개 외래진료과목에 대해서도 이를 허용치 않겠습니다.
­우리 의료기관이 환자위주가 아니라 의사·병원위주로 운영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의료인 불친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시급한데요.
▲의료기관 평가제를 곧 도입하겠습니다. 병원별로 인력·시설·장비뿐만 아니라 친절 정도까지를 평가,수가를 차등 지급하게 되면(현재는 병상수따라 지급) 많이 고쳐지리라 봅니다.
­여기저기서 의료계 부조리가 심각하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율정화를 위해 의료계에 의사의 징계권 등 보사부의 권한을 위임할 생각은 없는지요.
▲약품납품때 병원에 건네는 의료계 부조리중 80%정도는 현행 의보제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선 잘못된 제도를 고쳐야 하고 의사들도 성직자 못지않은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의협 등에 자율징계권을 주는 것은 현재로선 시기상조란 느낌이지만 검토해 보겠습니다.
­해마다 의료분쟁이 늘어나면서 환자·의사 모두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보사부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인데 법과 제도적 장치마련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료분쟁 조정기구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데 공감합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분쟁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의료공급자(병원측)가 사고 위험도별로 차등부담하고 이용자는 의료보험료에서 일부 부담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병원에서 수익을 올리기 우해 값비싼 의료장비를 다투어 수입해 과잉진료 시비가 일고 있는데 이를 막아야 할 보사부가 최근 고가장비 도입 요건을 완화한 것은 모순 아닙니까.
▲큰 병원에 있는 의료장비가 중소병원에는 없어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1,2차병원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압니다. 고가장비 사용도 의료보험에 포함시켜 이같은 부작용을 없앨 계획입니다.
○「전달체계」 강화
­서 장관께선 정부내에서 영향력이나 추진 능력이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들은 그동안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 뒷전으로 밀리기만 했던 보건 의료분야를 서 장관이 나서서 과감히 개혁해 주기를 바라면서 크게 기대하고 있는데 자신있습니까.
▲얼마전 어느 외신에서 우리 문민정부 개혁작업 1년을 평가하면서 정치 A,경제 B,사회 C로 등급을 매겼더군요. 사회분야 개혁이 가장 뒤떨어졌다는 거지요. 의료개혁은 더이상 보사부에서만 맡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 전체가 나서야 할 정권차원의 문제로 봅니다. 정부내에서도 의료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어떻게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느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의료개혁은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정리=최천식·이규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