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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24시>6.과테말라서 온 소녀 미싱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카이라 수세리 루이스 코르테즈(15)와 앙헬리카 카스티요(16)는 지난해 10월중미의 가난한 小國 과테말라에서 산업기술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소녀들이다.
서울강동구둔촌동에 있는 양복제조업체 (株)본막스에서 미싱사로일하는 두사람은 국민학교만 졸업한뒤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원주민인 마야족과 점령자인 스페인 백인,그리고 아프리카 흑인의 피가 골고루 섞인 이른바 메스티조이며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가톨릭신자다.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에서 건축노동자인 부모의 3남4녀중 둘째로태어난 코르테즈는 가난한 가정형편때문에 철이 들기도 전에 공장에 취직해야 했다.
2남2녀중 장녀인 카스티요도 벽돌공인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한 착한 소녀다.
두사람의 하루일과는 단순하다.
오전6시쯤 기숙사에서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오전7시30분부터작업에 들어가 오후6시30분까지 일한다.
그리고 저녘식사를 끝낸뒤 다시 오후9시까지 2시간동안 잔업을한다. 하루평균 10시간정도를 일하는 셈이며 한달평균 4백달러정도를 손에 쥔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과테말라에서 한달에 1백달러정도를 받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고소득이다.
한국생활 9개월째인 이들은 주식인 옥수수대신 밥.김치를 먹는것과 매일 샤워하는데도 익숙해졌다.
『돈을 벌고 기술도 익힐수 있지만 지금의 일은 힘들어요.언젠가 공부를 더해서 사무직으로 취직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두소녀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어린 나이에 장시간 노동이 힘겨운 두사람은 작업이 없는 공휴일이면 하루종일 잠을 잘때가 많다고 한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과테말라 근로자 33명중 가장어린 두사람이 한국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이다.
특히 마음이 여린 코르테즈는 부모 형제가 보고 싶을 때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1년 만기가 되면 1년간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더이상 한국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아요.비록 가난하지만 엄마 아빠와함께 온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오손도손 사는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요.』 비교적 대범한 성격의 카스티요도 고국생각에 눈물로 밤을 새기가 일쑤다.잘생긴 외모때문에 남자친구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그녀는 하루종일 공장과 기숙사에서 지내야 하는 단조로운 생활이 답답하게 여겨질때가 많다.하지만 이들은 잃은 것 못지않게 얻은 것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에는 시간관념이 부족해 식사시간을 놓치고 엉뚱한 시간에 식당아줌마를 귀찮게 할 정도로 조직생활에 미숙했다.그러나 이제는 한국인 오빠.언니들처럼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게 된것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한국에 머무르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돈과 기술이아니라 여러사람이 함께 도와 가면서 일을 해나가는 지혜를 몸에익힌 것입니다.』 〈李夏慶기자〉 다음회는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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