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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가 바둑의 명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과거 이창호 9단은 러시아 볼가강 선상에서 타이틀전을 두고 일행보다 먼저 서울로 날아왔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그는 대학 진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수능 시험에 맞춰 서둘러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동료·선배 기사들은 “바둑 잘두면 되지 무슨 대학이냐”며 반대 일색이었고 망설이던 이창호는 결국 대학을 포기했다.

 그러나 요즘 프로기사들은 너도나도 대학에 간다. 대학에 적을 둔 프로기사 수는 24명이고 이미 졸업한 기사도 10명이나 된다. 올해는 또 백홍석 5단, 김지석 4단, 한상훈 초단 등 유명한 신예강자들을 포함해 8명의 기사가 줄줄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졸업반인 김효정 2단은 바둑과 관련된 좀 더 깊이있는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가서 한문학이나 동양철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여성 최강자 조혜연 7단은 고려대 영문학과에 다니며 한때 바둑을 잊을 정도로 공부에 맛을 들였으나 성적이 뚝 떨어지자 ‘휴학’을 결심했다. 프로기사가 가장 선호하는 대학은 명지대와 한국외국어대. 명지대 바둑학과엔 김주호 7단, 홍민표 6단, 최원용 5단, 김혜민 5단 등 현재 9명이 다니고 있고 이미 5명의 프로기사 졸업생을 배출했다. 역시 9명이 적을 두고 있는 한국외대는 바둑 실력 면에서는 단연 최강이라 할 수 있다. 중국어과에 박정상 9단, 원성진 7단, 윤준상 6단, 고근태 6단, 한해원 2단이 있고 일본어과에 최철한 9단, 이영구 6단, 강지성 7단, 이다혜 3단이 있다. 올해도 신진 강호 김지석 4단 등이 한국외대에 원서를 낼 예정이어서 한국외대의 바둑 실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 같다. 프로기사는 중국과 일본이 활동무대라 할 수 있어 이곳 관련 학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버대학엔 온소진 4단, 김기용 3단, 진동규 3단 등 3명이 재학 중이고 고려대는 안달훈 7단 등 3명이 졸업하고 이젠 조혜연 7단 한 명만 남아 있다. 신인왕전 우승자 허영호 6단은 경기대 중문과를 다닌다. 특기생을 뽑지않는 서울대는 강철민 8단, 홍종현 9단에 이어 남치형 초단(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을 끝으로 더 이상의 입학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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