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창호 9단은 러시아 볼가강 선상에서 타이틀전을 두고 일행보다 먼저 서울로 날아왔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그는 대학 진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수능 시험에 맞춰 서둘러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동료·선배 기사들은 “바둑 잘두면 되지 무슨 대학이냐”며 반대 일색이었고 망설이던 이창호는 결국 대학을 포기했다.
그러나 요즘 프로기사들은 너도나도 대학에 간다. 대학에 적을 둔 프로기사 수는 24명이고 이미 졸업한 기사도 10명이나 된다. 올해는 또 백홍석 5단, 김지석 4단, 한상훈 초단 등 유명한 신예강자들을 포함해 8명의 기사가 줄줄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졸업반인 김효정 2단은 바둑과 관련된 좀 더 깊이있는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가서 한문학이나 동양철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여성 최강자 조혜연 7단은 고려대 영문학과에 다니며 한때 바둑을 잊을 정도로 공부에 맛을 들였으나 성적이 뚝 떨어지자 ‘휴학’을 결심했다. 프로기사가 가장 선호하는 대학은 명지대와 한국외국어대. 명지대 바둑학과엔 김주호 7단, 홍민표 6단, 최원용 5단, 김혜민 5단 등 현재 9명이 다니고 있고 이미 5명의 프로기사 졸업생을 배출했다. 역시 9명이 적을 두고 있는 한국외대는 바둑 실력 면에서는 단연 최강이라 할 수 있다. 중국어과에 박정상 9단, 원성진 7단, 윤준상 6단, 고근태 6단, 한해원 2단이 있고 일본어과에 최철한 9단, 이영구 6단, 강지성 7단, 이다혜 3단이 있다. 올해도 신진 강호 김지석 4단 등이 한국외대에 원서를 낼 예정이어서 한국외대의 바둑 실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 같다. 프로기사는 중국과 일본이 활동무대라 할 수 있어 이곳 관련 학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버대학엔 온소진 4단, 김기용 3단, 진동규 3단 등 3명이 재학 중이고 고려대는 안달훈 7단 등 3명이 졸업하고 이젠 조혜연 7단 한 명만 남아 있다. 신인왕전 우승자 허영호 6단은 경기대 중문과를 다닌다. 특기생을 뽑지않는 서울대는 강철민 8단, 홍종현 9단에 이어 남치형 초단(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을 끝으로 더 이상의 입학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