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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오늘 경선 복귀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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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손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마포구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취재진에게 "오늘 여러 순교지를 다니며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 국민이 바라는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기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후보는 경선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식 선거대책본부 기조실장은 "손 후보는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훈 상황실장은 "손 후보가 밤새 마음을 정리할 만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선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오후 들어 캠프에 21일 오전 중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연락해 왔다. 이에 따라 오전 9시30분으로 그의 기자회견이 잡혔다.

전날 TV토론회를 불참하고 칩거에 들어갔던 손 후보는 이날 오전 자택을 떠나 종일 천주교 순교 성지와 기도원을 돌았다. 서울 합정동의 절두산 성지에서 손 후보는 김대건 동상 앞에서 혼자 기도를 한 뒤 취재진에게 "오늘은 나에게 아무것도 물을 생각을 말라"고 답했다.

그는 '내 짐은 가볍고 멍에는 편하다'는 문구가 적힌 성지의 조각상 앞에선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다 메모도 했다. 취재진이 뒤쫓아간 경기도 남양 성지에선 '내일 여의도에 돌아오는가'라는 질문에 "은행잎이 벌써 누레졌다" "꽃이 아름답네…"라며 즉답을 피했다. 오후 의왕시 성라자로 마을을 찾아서도 기도를 한 뒤 서울로 돌아왔다.

그가 칩거에 이은 잠행을 계속하며 천주교 순교지를 찾은 것은 정치 생명을 버릴 각오를 하고 배수진을 쳤던 그의 절박한 상황과 결연한 의지를 순교지 방문으로 보여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15, 16일 첫 지역 경선 후 손 후보는 캠프 대책회의에서 조직동원 작업을 건의하는 참모들에게 책상을 치며 "내가 그런 거 하려고 탈당했다는 얘기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그의 배수진은 조직 대결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정동영 후보 측을 비판하며 동원 선거 의혹을 이슈화하고, 관망하던 당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손학규 없는 경선'을 치르려는가 라는 식의 국면 전환용 승부수다.

다른 측면도 있다. 추석 후인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겨냥해 '조직도 돈도 없는 손학규를 도와 달라'는 호소형 전략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날 광주에선 오주 전 광주시의회 의장.선형채 전 민주당 광주시당 부위원장 등 민주당 전직 당직자 19명이 손 후보 지지 성명을 냈다.

당 지도부는 경선을 감독할 공정경선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문희상.유인태.김근태 의원과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 등 당내 중진들도 오전 모임에서 "손 후보가 빠진 경선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 후보는 자신을 신당 창당에 끌어들였던 이들 중진에게 '팔짱 끼지 말고 경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측근들은 그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복귀할 경우 여론의 향방이 관건이다. TV토론 불참과 잠행 파문이 정치적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결과에 불복하는 이탈자로 비칠지가 추석 연휴 직후 치러지는 광주.전남, 부산.경남 경선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날 손 후보 측은 정동영 후보 측이 제기한 손학규.이해찬 연대설에 대해 "차라리 청와대가 손 후보를 돕는다고 해라"고 반박했다.

채병건.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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