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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주한미군 재배치] 5. 가는 곳 오는 곳 동향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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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고가차도가 개통됐다. 폭 12m, 길이 36m의 이 차도는 연합사(CFC)가 위치한 북쪽 메인포스트와 맞은편 사우스포스트를 연결한다. 삼각지와 이태원을 잇는 4차선 도로가 기지를 양분하는 바람에 두 포스트를 오가는 미군 차량과 일반 차량이 뒤섞여 교통혼잡을 빚는 것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1백29억원의 예산이 들었고 교통 흐름이 좋아졌지만 완공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2월 미군 측이 공사에 들어가자 일부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미군이 용산기지에 영구 주둔하려는 음모가 드러난 것"이란 주장이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내일 이사를 가더라도 군 장병들의 삶의 질을 위해 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차원의 공사일 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미군의 용산 주둔은 이런 한.미 간의 오해와 인식차로 갈등 요소가 됐다. 지난해 방한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서울 한복판의 용산기지 위치가 반미감정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이전 결심을 굳혔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한다.

하지만 2007년 말을 목표로 한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평택 현지의 격앙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미 1백65만평의 캠프 험프리스가 있는데 추가로 3백12만평의 이전 부지를 조성하려는 데 대한 반발이다.

평택대책위 강상원 집행위원장은 "미군에게는 단 한평의 땅도 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가 토지수용을 강행하면 "제2의 부안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기지 주변 상인이나 일부 유지들은 내심 기지확장을 반기지만 내색은 못하고 있다.

미군이 떠날 이태원 상권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미군 상대 유흥업소는 매출 감소가 뻔하다며 걱정이다. 하지만 성기택 이태원관광특구 회장은 "이태원 고객의 70%가 외국인 관광객이고 미군은 0.5%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용산공원 조성과 중앙박물관 개관, 전자랜드 활성화가 맞물려 이태원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이후 평택으로 옮길 미 2사단 사령부인 경기도 의정부시 캠프 레드클라우드와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주변도 뒤숭숭하다. 시민단체들은 미군이 떠나면 범죄.윤락이 줄고 지역발전에도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캠프 케이시 앞 보산동 상가번영회 이명석 회장은 "반미시위로 미군 출입이 끊겨 가뜩이나 2백50여 업소가 불황인데 미군이 떠나면 상권이 완전 붕괴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30억달러(약 3조6천억원)를 웃돌 용산기지 이전비용 마련도 문제다. 일각에서 미국도 비용을 나눠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용산기지 이전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김용갑 의원 등 '주한미군 철수반대모임' 소속 의원 1백33명은 "안보공백과 국민부담을 초래할 이전 협상안을 저지할 것"이란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용산기지의 원만한 이전 여부가 한.미 동맹의 미래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을 계기로 "안보에는 무임승차가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본은 미군 주둔비용 63억달러의 79%를 부담하지만 한국은 18억달러 가운데 42%만을 내고 있다.

미국에 우리의 주장을 당당하게 펼치고 자주국방을 외치려면 상응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한반도 전쟁 억지군에서 태평양 기동군으로 옷을 갈아입는 주한미군의 변화와 한.미 동맹을 보는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주한미군 재배치가 연착륙할 수 있고, 지난 반세기 동안 '성공한 동맹'으로 자리매김된 한.미 동맹은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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