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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뇌염백신 기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뇌염 백신 주사를 맞은 어린이들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예방주사 기피증이 확산되고 있다. 뇌염백신 주사의 경우 접종률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크게 떨어져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곧 유행시기가 다가오는 뇌염에 대한 예방접종 기피도 문제지만 당국이 하루빨리 국민의 불신을 씻어주지 못하면 예방주사 기피증은 뇌염백신 주사 이외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뇌염백신 주사를 맞고 숨진 2명의 어린이에 대한 조사결과 백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사부는 밝혔다. 그러나 숨진 2명의 어린이는 주사를 맞은 직후 의식을 잃었고,같은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것으로 보아 예방접종상에 문제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보관중 변질되었거나,용량이 과다했거나,아니면 주사부위를 잘못했거나 어디엔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 등 정밀조사가 진행중인 상태이나 보사부로서는 제2,제3의 사건을 막기 위해 각 보건소나 병원 등이 백신의 보관상태를 재검검토록 하고,주사과정에서의 실수가 없도록 주의사항을 다시한번 주지시켜야 한다.
보사부 스스로도 정확한 내용이야 어떻든 이미 국민들 사이에 불안과 예방주사 기피증이 퍼진 만큼 현재 보급돼 있는 모든 종류의 제품을 다시한번 보건원에서 검사해 그 결과를 발표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숨진 어린이의 사망원인에 대한 검사를 최우선적으로 진행해 결과를 빨리 공표해야 한다.
2명의 어린이가 숨진 사건 외에 또다른 3건의 사고는 백신주사가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중 1건은 원인이 다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뇌염백신 주사를 맞은뒤 발병하면 백신 주사가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환자 부모의 주장이 엉뚱하다고 지레 짐작하고,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빠른 원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널리 알리는게 의심의 확산을 막는 길이다.
보사부는 이번 사건을 예방접종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검검하는 좋은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한다면서 일본 뇌염 백신을 주사하는 등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국민의 불신을 더욱 확산시켰다.
현재로서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확한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TV 등 매스미디어의 협조를 얻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그러나 그전에 보사부는 예방접종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과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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