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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막다른 골목… “대화해결” “제재” 갈림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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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경분위기로 치닫는 미국/유연한 국무부도 「채찍」 검토/의회선 “최우선 과제” 목소리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 영변원자로 핵연료봉 교체와 관련,부정적 보고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면서 미국내에서 대북한 강경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무부를 중심으로한 북한 핵문제 외교적 해결 주장이 이번 블릭스 사무총장의 유엔보고로 뒷전으로 밀리면서 국무부 역시 유엔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미국정부가 최근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잘못 판단,잇따라 양보조치를 취했었으나 국무부도 유엔제재 검토에 나서는 중대한 방향전환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특히 미 의회지도자들의 대북한 강경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최근 자신이 만든 14쪽의 북한 핵문제 분석에서 북한 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한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결론,미 의회에서 전쟁불가피론을 내세운 첫 의원이 됐다.
샘 넌 상원군사위원장(민주) 역시 29일 TV대담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의 현존 핵폐기물 재처리시설을 공습해 파괴함으로써 더이상의 플루토늄 추출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하원의원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한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은 현재 중국과 인권문제로,일본과 무역문제로,북한과 핵문제로 3개의 외교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어 북한 핵문제 해결에 힘이 달리고 있다고 말하고 대외정책에서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깅리치 의원은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중국에 대해서는 대북한 에너지공급 및 무역의 봉쇄를,일본에 대해서는 대북한 조총련 송금 봉쇄를 각각 취하도록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보브 브래들리 상원의원은 미국의 군고위인사가 일본을 방문,일본으로 하여금 북한에 군사적 신호를 보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 의회 의원들외에 존 샬리카시빌리 합참의장은 북한의 판단착오에 의한 군사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미국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 국방부는 대북한 예방폭격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더욱이 유엔제재가 있을 경우 북한이 이에 대응,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러한 미국내 분위기는 이번 블릭스 총장의 유엔안보리 보고로 대북한 감정이 격앙된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지난 27일 백악관 북한핵회의에서 상당히 비관적 결론을 내린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강경발언이 주로 의회의원들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지난 28일부터 3일간 황금연휴에 들어가면서 정부인사들도 휴무중이어서 정부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안보리가 북한핵에 대한 토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미국정부의 입장이 확실히 밝혀질 것으로 보여 이번주 중반에는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한 제재여부의 윤곽이 들어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외교노력」에 비중둔 한국/“유동적… 막판 타협 가능성” 판단/어려워진 상황 되돌리기에 초점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의 영변 5㎹ 원자로 연료봉 교체협상 결렬로 상황이 긴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한 해결」이 가능토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유엔안보리가 31일 논의하기 시작하고 IAEA는 다음달 5일 정기이사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막바지 긴박한 분위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사이 현 상황에 변화가 일어 북한과 IAEA가 교체연료의 계측절차에 합의하든가,유엔의 제재로 가든가 둘중 한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어느 한쪽에 더 큰 비중을 두지않고 중국에 북한 설득을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현 상황이 악화되었지만 「아직 유동적」이고 막바지 타협가능성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의 한 안보관계자는 30일 북한 핵문제가 처해있는 상황을 『먹구름이 해를 가린 상태』라고 묘사하고 『앞으로 비가 쏟아질지,다시 햇빛이 내리쬘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IAEA가 요구하는 연료봉의 추후계측 가능성이 상실되면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은 열릴 수 없으며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한미가 아직 3단계 회담 전망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므로 현 단계에선 어려워진 상황을 호전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당국자는 『3단계 회담은 일단 뒤로 미뤄졌으나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과 한 두번 더 실무접촉을 가질 수도 있고,미국과의 회담진행을 희망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제의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에 북한을 설득해주도록 이미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유엔안보리가 제재를 논의하는 과정이나 IAEA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내달 6∼8일 사이에 북한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설득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얼마남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이번주가 최대고비』라고 말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여유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파국을 선언하는 권한이 전적으로 IAEA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파국선언」은 IAEA 사무국이 연료봉에 대한 추후계측 가능성이 상실됐다고 최종결론을 내림으로써 이루어지며,IAEA 사무국은 내주초 열리는 IAEA 정기이사회에서 최종결론을 보고할 가능성이 크다.
파국이 선언되면 앞서 언급한 원칙에 따라 한미 양국의 북한 핵정책은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에서 「압력을 통한 해결노력」으로 중심이 이동된다.
대북 압력수단은 현 단계에서 유엔안보리의 제재논의다.
안보리는 ▲의장 경고성명 ▲안보리 경고 ▲외교적 제재 ▲경제제재 ▲군사제재 등을 결의할 수 있다.
안보리는 지난 3월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 사찰을 거부한데 의장 경고성명을 채택해 북한은 이번달 이 시설에 대한 추가사찰을 받았다.
안보리가 이번에 의장 경고성명 차원을 넘는 다른 결의를 할지는 교체연료계측 문제를 핵문제의 전체 맥락의 연속선상에서 볼지,아니면 별도의 새로운 문제로 볼지에 달려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중국을 비롯한 15개 이사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들에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엔무대에서 북한의 후견노릇을 해온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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