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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코너>미국까지 가 배우는 콩글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국내에선「콩글리시」교육을 비판하는 연구보고서가 화제인 모양인데,그 엉터리 영어는 한국에서만 가르치는게 아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학생들도 콩글리시를 배워야 한다.
아예 미국에 눌러 앉아 살 아이들 같으면 몰라도 한국에 돌아가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경우 한국의 시험제도가 요구하는 별도의「콩글리시」를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 뉴저지州의 포트리나 플러싱등 뉴욕지역에서는 한국에 돌아갈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사설 영어학원이 성업중이다.
사설학원만이 아니다.뉴저지에서 한국의 지사.상사 자녀들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는「우리한국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한국식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중학교 과정때부터 관계대명사가 어떻고,선행사가 어떻고 하는 식의 생소한 문법용어들을 여기에서 배운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온지 오래된 아이들일수록 왜 자신들이「이상한 영어」를 따로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자유자재로 친구와 의사소통을 하고 영어로 쓰여진 책도 전혀 불편없이 읽고 있는데,왜 주말한국학교에서 콩글리시를 배워야 하는지 그들이 이해할 리가 없는 것이다.
진짜영어를 충실히 익혔으면서도 한국에 돌아갈 날짜가 다가오면부모.자식이 영어 걱정을 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미국에서 오래 살다 돌아가면 영어 하나만은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는 커녕 중학교든,고등학교든 간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거나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학교의 영어선생님들까지 미국이든,영국이든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미국에 나와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 외교관의 아들(高2)은『한국에서 선생님이 출제한 문제가 틀렸다고 했다가 얻어맞기만 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어쨌든 한국의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는한 미국에서의 콩글리시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어교육을 한시간이라도 더 시켜야할 판에 엉뚱하게도 미국땅에서 콩글리시를 가르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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