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S 수신료 인상 국회가 거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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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방송위원회가 그제 KBS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남은 절차는 국회 문화관광위 심의와 본회의 의결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권 임기 막바지에 국회마저 KBS의 장단에 놀아나 준조세인 수신료를 60%나 인상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KBS가 편파 방송과 방만 경영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을 안팎에 심어 주지 않는 이상 수신료 인상안은 국회 상임위에서조차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방송위가 의결한 검토의견서 자체가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방송위원의 3분의 2가 대통령·여당 추천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너무 치중했다. 의견서는 ‘수신료 인상을 통한 재원구조의 건실화 필요성을 수긍하면서도, 이는 반드시 합리적 운영 및 서비스 개선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KBS의 합리적 경영과 공정방송은 수신료 인상에 앞서 실천해야지 ‘병행’할 사안이 아니다. KBS가 내실경영과 공정방송을 다짐한 게 한두 번인가. 말로는 하겠다면서 결과는 늘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성을 잃은’ 방송이었으니 국민이 믿지 못하고 수신료 인상에도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KBS는 최근에도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선전하는 TV·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틀어댔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낭비하는 이런 행위가 여전한 편파의 증거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수신료 인상은 지상파 독과점 체제를 고착화하는 등 많은 역작용이 예상되는 사안이다. 다음 정권 때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옳다. 국회는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