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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고이즈미 개혁 상징 '일본우정그룹' 내달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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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30년간 일본 정부의 ‘곳간’ 역할을 해온 우정성이 다음달 ‘일본우정그룹(JP)’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된다. 수익성 없는 우체국은 문을 닫고 우편 업무를 제외한 은행·보험 업무는 분리돼 2017년까지 민간에 매각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내건 우정성 개혁이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우정성 개혁은 NTT나 JR(일본 국철) 개혁을 훨씬 웃도는 일본 사상 최대의 민영화 작업이다. 일단 다음달 1일부터 일본의 25만4177명 우체국 직원들의 신분이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뀐다. 우정성 개혁은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격렬한 찬반 논란에 휩싸여 왔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반발도 컸다. 우정성의 은행과 보험 부문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본 정부는 800조 엔의 재정적자 상당 부분을 적자 국채 형식으로 우정성에 떠넘겨 왔다. 일본 정부가 세금을 올리거나 막대한 적자 국채를 시장에 팔지 않으면서 경기를 떠받친 비밀 뒤에는 우정성이 숨어 있었다.

 JP 민영화를 ‘제2의 일본 금융빅뱅’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JP는 자산 규모가 338조8300억 엔(2800조원)에 달해 다른 국내외 민간 경쟁업체들을 압도한다. 점포는 전국에 2만4523개에 달하고 정규 직원만 24만100명에 이른다. 우정성 개혁을 입안했던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전 우정민영화담당 장관은 “우정성 민영화로 인해 일본에는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말했다.

 우정성 민영화의 목표는 JP를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구로네코·사가와·펠리칸과 같은 민간기업과 겨뤄 일본 택배시장의 1인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시장에서는 페덱스·UPS 같은 미국계 회사와도 결쟁하게 된다.

 기업과의 제휴도 활성화해 일본 ANA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로손·미쓰코시·산큐·도부백화점 등과 제휴·협력하며 물류기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수수료를 최고 8배까지 올려 민간 금융회사와 수준을 맞출 예정이다.

 아직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정성 개혁은 출발부터 절반의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방대한 단골 고객을 보유하기 있기 때문에 민영화 이후에도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와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우편저금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펀드를 사더라도 JP를 이용하면 안정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꾸로 미쓰비시도쿄UFG은행 등 일본 대형 은행들은 비상이다. 정부 지분이 완전히 해소되는 2017년까지 ‘금융공룡’ JP와의 결투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민영화 작업을 지휘해온 니시카와 요시후미(西川善文) 우정공사사장은 “강도 높은 민영화 개혁에 따라 최근 3년간 경상지출을 1000억 엔 줄였다”며 “2017년 완전 민영화되면 민간기업 못지않은 효율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우정공사를 10월 1일로 해산하고 기존 사업 부문은 우편사업·우편국(창구업무)·우편저금은행·우편보험회사 등 4개 부문으로 분할한다. 일본 정부는 따로 떼어낸 은행·보험·우편 분야는 2010년까지 상장시키고, 은행·보험회사의 주식은 2017년까지 매각해 완전 민영화할 계획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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