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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 스님, 전등사 주지 전격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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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정아씨 '허위 학력' 문제를 처음 폭로했던 장윤(56.사진) 스님이 17일 강화도 전등사 주지 직을 사직했다.

장윤 스님은 이날 오후 대리인을 통해 조계종 총무원에 제출한 사직서에서 "신정아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을 둘러싼 가짜 학위 의혹을 밝히려다 본의 아니게 종단에 누를 끼친 것에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고 주지 직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무원 관계자는 "장윤 스님의 사직서를 곧 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윤 스님은 사임서를 제출한 직후 "가짜 학위 파문으로 동국대 가족들과 불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무겁고 괴로워 주지 직을 버리고자 한다. 앞으로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장윤 스님은 "주지 직 사임은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15일 중국으로 출국하려 했던 것에 대해서도 "개인적 일정이 있어 잠깐 나갔다 오려던 것이며 검찰 수사와 무관하다"고 했다.

장윤 스님의 전등사 주지 직 '전격 사임'에는 불교계 안팎의 압박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내부에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에 관한 일련의 사태에 장윤 스님이 얽힌 것을 일종의 '해종(害宗) 행위'로 보는 일부 시각도 있다. 또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불교계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측면에서 장윤 스님을 향한 '도의적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불교계 안팎에서 제기된 이러한 압박감에 장윤 스님이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도 전등사는 총무원 직할교구 사찰이라 총무원장에게 주지 임명권이 있다. 총무원 측은 "사찰의 주지를 공석으로 둘 수가 없으니 조만간 후임 주지를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윤 스님은 1985~2001년 전등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2005년 3월 다시 이 사찰의 주지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 5월 동국대 재단이사회에서 신씨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뒤 동국대 재단이사회에서 해임됐다가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7일 이 사태에 책임을 느낀다며 이사 직을 사임한 바 있다.

장윤 스님은 임기 4년인 조계종 종회의원 6선 의원이다. 현재 조계종 최다선 종회의원이 7선이다. 그동안 장윤 스님이 종단에 다져 놓은 정치적 기반도 상당하다. 그러나 동국대 이사 직과 전등사 주지 직을 사임하면서 장윤 스님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장윤 스님은 대구 능인학원 이사장 직과 조계종 종회의원 직만 유지하게 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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