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로 두리번거린다는 점이다. 대문을 나선 순간부터 골목을 벗어나 도로를 건너고 이웃동네를 지나칠 때까지 집요한 두리번거림은 계속된다. 게다가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장소를 반드시 확인하고 지나간다는데…. 여기서 ‘특정 장소’라 함은 아파트 단지 뒤편의 허름한 공터라든가 남의 집 울타리 모퉁이 등을 말한다. 수상하지 않은가?
산책로에 진입해서도 이들의 남다른 행동은 계속된다. 행인들의 발길에 차이는 빈 깡통이나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쓰레기들이 그 수상한 손들에 의해 수거된다. 그렇다면 혹시 쓰레기 줍는 사람들? 정답은, ‘그렇다’ ‘그렇지 않다’ 모두 맞다. 쓰레기를 줍긴 줍되 그 목적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리폼 마니아다. 틈날 때마다 사방을 살피고 다니며 리폼 재료 공수에 열을 올리고, 간단한 공구와 재료만 있으면 프로 디자이너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하는 리폼 선수들. 그러니까 산책길에서 이들의 분주한 두리번거림은 리폼 작업의 일부인 셈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리폼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바란다는 박씨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 물건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탄생했을 때의 보람을 강조하며 리폼 예찬에 공을 들인다.
“예쁘게 꾸민 집에서 생활하며 여행까지 즐기는 저를 보면서 종종 돈 많은 사람이라고 부러워들 하죠.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오히려 당장의 생활비조차 없어서 난감할 때도 있는걸요.”
눈앞의 생계에 급급해 살아가기보다 뭐든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길이 열리게 돼 있다는 것이 박씨의 철학이다.
“힘들고 지칠 때 일수록 배낭여행을 즐기고 더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죠.”
단순한 생활에서 새로움을 찾을 줄 아는 박씨의 창조정신이야 말로 살림꾼들의 마음을 쏙 빼앗는 리폼세계의 참 매력이 아닐까.
그녀가 초대하는 리폼 세계로 입문하는 가장 빠른 길은 관련 블로그나 카페에 가입해 쉬운 작업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나 나올법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 길거리에 버려진 폐 가구를 직접 변신시켜본다면 당신도 얼마든지 소유할 수 있다.
설은영 객원기자 skrn77@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