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사찰 미의 입장/정부 「인내」­의회 「강경」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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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전조치 파괴 안하면 계속 대화/정부/대화엔 한계 유엔제재로 해결을/의회/“미 관계개선 확실한 약속없어 북한 더 빗나가”
북한이 영변 5메가와트원자로의 핵연료봉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입회없이 꺼내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 미국은 최종판단을 내릴 단계가 아니라는 유보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 사찰팀이 예정대로 완전히 사찰을 마칠 수 있도록 한다는 배려 ▲8천여개의 핵연료봉중 수백개만이 제거됐기 때문에 핵안전조치 계속성 파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함만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일말의 안도감이나 낙관의 기대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정부는 최근 북한과의 뉴욕 비공식접촉에서 『IAEA의 입회없이 핵연료봉을 교체하면 대북한 대화는 끝』이라고 경고했었다.
미국이 이같은 경고와 달리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이 현재까지 진행한 연료봉 교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완전 교체까지는 적어도 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아직은 비관할 단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때문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국무부 및 국방부 등은 한결같이 『IAEA 사찰팀의 예비보고로는 핵안전조치 계속성이 파괴됐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IAEA의 더 충실한 사찰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논평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를 미국의 북한핵에 대한 인내외교로 설명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협상진전이 있는한 ▲북한핵 시계가 멈추거나 ▲IAEA가 핵안전조치 계속성이 파괴됐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한 외교적 해결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결의 희망이 있는한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미 국무부의 입장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월리엄 페리 국방장관과 의회의 민주·공화당 지도자들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대조적이다. 페리 장관은 수주내 북한이 다시 핵폐기물을 재처리,다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미 상원의 조지 미첼 민주당 원내총무와 보브 돌 공화당 원내총무는 북한핵이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제재로 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었다.
이같은 강경파들의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지는 19일자 사설에서 북한을 너무 막다른 길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심지어 상원 지도자들이 만일 대북한 유엔제재안을 의회에 상정한다면 다음번 선거에서 패배,『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힐난조로 비난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워싱턴 포스트지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미국의 의도에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미국이 대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확실한 시기와 방법을 약속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북한에 더욱 확실한 당근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대북한 유화론은 페리 장관의 강경역할에 대한 경고와 미국내 일부 강경론자들의 입지강화를 우려하는 신중론에 바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 역시 북한 핵문제가 강경책 아니면 해결이 어렵다는 같은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따라서 행여 극단적 해결방법이 모색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뜻한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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