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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활새풍속>5.개는 내친구 내애인-쇼핑도 여행도 함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저는 개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인데 부탁이 있습니다.피치못할사정으로 기르던 애완견과 이별하는 사람들을 위해 애완견 입양원을 마련하고 싶은데 그걸 알리는 기사를 써주시면 어떨까요.』 지난 4월초 기자에게 날아든 長文의 편지는 개에 대한 간절한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식당 「늘봄가든」을 운영하는 洪순기씨는 그스스로 다섯마리의 개를 키울정도로 대단한 애견인.그는 자기처럼개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 해도 즐거워 「애견인에게는 음식값을 10% 할인해 준다」는 유인물을 식탁 마다 비치해 놓았을 정도.
그는 기자에게 식당마당에 넓은 터가 있으니 입양원을 만들어 주인과 이별해야 하는 개를 일정기간 보호후 알맞은 가정에 입양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洪씨처럼 개에게 사람이상의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길에서 개를 품에 안고다니는 모습이나 차안에서 의젓하게목을 빼고 차창밖을 내다보는 犬公을 대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음식점이나 백화점까지 아이를 데리고 오듯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흔히 볼수있다.
최근에는 여행지에도 개 를 동반하는 사람이 늘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아예 운반용 플라스틱 개집을 무료로 빌려줘 기내에 주인과 함께 탑승하도록 하고 있다.주인이 잠든 어두운 밤을 밝히며 집을 지키는 용맹하고 충직한 견공은 이제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대신 따뜻한 방안에서 주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정을 나누는「자식」「친구」로 역할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鄭모씨(43.건축업.제주시 연동)부부는 정말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과 인간이상의 사랑을 나눈 경우.
鄭씨 부부는 애완견이었던「鄭포미」가 죽자 자식이 죽은 것처럼신고한후 어승생공설묘지에 비석까지 세우고 매장했다가 이 사실이들통나자(중앙일보 5월1일자 사회면)개의「유해」를 거둬 남제주군대정읍 자신의 밭에 재매장했다.
지나치다 싶은 이런 얘기는 비단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서울 퇴계로에서 애견종합병원을 운영하는 尹신근씨(41.수의사)는 지난 1월「애견임종전화」를 개설한후 그동안 50여건의 애견장례상담을 했으며 실제로 화장을 대행한 경우도 10여건이나된다고 했다.
그는 일부 애견인들은 죽은 개에게 염을 하거나 예쁜옷을 입혀달라기도 하고 개의 소지품인 밥그릇.장신구들을 함께 넣어 묻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개침대.외제 먹이.샴푸.향수.장난감.장신구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애완견 미장원.성형센터등도 일반화돼 있다.개가 이발을 한후머리에 리본을 맨 모습은 웬만한 아파트단지에 가면 흔히 볼 수있는 풍경.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애완견업계에서는 전국에약30만마리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집계가 힘든 상태.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해 5월 전국의 만20세이상 남녀 1천5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3명중 한명(34.2%) 꼴이고 개를 키우는 사람은 4명에 한명 정도(23.4%)였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보호소를 만들어 현재 버려진 3백여마리의 개.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는 금선란 한국동물보호협회장(49)은『선진국의 경우 작은 市단위마다 동물보호소가 있고 그 안에죽은 동물의 납골당을 갖춘 곳도 적지않다』고 했 다.
날이 갈수록 애완동물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李時炯고려병원장(신경정신과)은『사회가 각박해지고 핵가족화,고령화돼 소외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방적으로 감정을 쏟고 거둬들일 수있는 편리하고 충직한 상대인 동물에 집착하는 것같다』며『동물을사랑하는 마음은 탓할게 아니지만 요즘도 전국에 1만여명의 결식아동이 있는 현실에서 불우이웃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자세가 앞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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