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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시혜에서 ‘전략적 투자’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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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08면

지난 1월 스위스의 다보스. 세계 각국의 정·관·재계 유력인사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경제 발전 등을 논의하는 다보스 포럼이 열렸다.
참가자들이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포럼에선 ‘자선사업 기업가(Philanthropreneur)’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자선사업(Philanthropy)과 기업가(entrepreneur)를 합친 이 말은 ‘기후변화’ ‘웹2.0’ 등과 함께 포럼의 8대 키워드 중 하나였다.
자선사업 기업가란 말은 뉴욕 타임스가 처음 썼다.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억만장자가 됐고, 그 이윤창출 방식이 자선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 신세대 갑부’를 일컬었다. 카네기나 록펠러 같은 이전의 자선가들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자선사업 기업가는 지원금을 중심으로 재정적 지원 정도에 머물고 있는 전통적인 활동을 넘어 기부행위를 하나의 ‘사회적 투자’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결과와 효율성을 중시한다.
기업의 기부는 △사회복지단체나 비정부기구(NGO) 등에 대한 현금 지원 △외부단체에 대한 현물 지원 △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동안 한국의 기업 기부는 자선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부문화도 전통적인 시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략적인 사회공헌’으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 기부행위에도 경영전략이 가미된다.
전경련은 ‘사회공헌 백서’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현금 중심에서 현장 참여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12월 말에 문을 연 CJ의 ‘도너스 캠프’가 대표적이다.
도너스 캠프는 어려운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것이 교육이라는 판단에서 교육사업을 택했다.
기부 과정은 시장에서 거래 및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CJ그룹이 각 지역의 공부방·지역아동센터 등에게서 필요한 금액(보통 수백만원대)을 ‘제안서’로 받는다. 투자자, 즉 기부자들은 제안서를 보고 나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한다. 기부자가 나서게 되면 같은 금액을 CJ그룹이 보조한다. 일종의 매칭 펀드 방식이다. 기부가 완료되고 교육이 진행된 뒤에는 기부자 개개인에게 교육진행의 결과 보고서가 메일로 발송된다.
CJ나눔재단 허인정 국장은 “빈곤문제가 해결돼야 지속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려면 기업은 이제 시혜적으로 자선사업을 펼치는 게 아니라 사회와 밀착해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략적인 기업의 사회공헌”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1996년부터 전남 여수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234명에게 33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해 3월부터 도서지역 학생들을 위해 원어민 영어강사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삼성SDS는 매년 소년원에 컴퓨터를 기증하고 매주 임직원들이 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봉사하는 소년원은 재범률이 낮아지는 등 교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기업이 사회공헌 목적으로 사용한 돈은 2004년 1조2000억원에 이른다(전경련 조사).
기업의 지출현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2002년부터 꾸준하게 교육·학술, 사회복지, 문화예술 순이다. 특히 2004년부터 사회복지에 대한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빈곤문제 해결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최근 더욱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 중 매출액 1위인 삼성전자는 기부금 순위에서도 1위(1744억원)로 나타났다. 2위는 포스코(1540억원), 3위가 한국전력(816억원)이었다. 이어 SK(549억원)와 삼성생명보험(549억원)이 4,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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