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영어칼럼 <13>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호 26면

트레버(Trevor)는 캘리포니아 어느 마을의 초등학생이다. 어느 날 선생님이 이런 숙제를 낸다.

‘THINK OF AN IDEA FOR WORLD CHANGE, AND PUT IT INTO ACTION.’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고, 그 아이디어를 실천하라.)

트레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I do something real good for three people. And then when they ask how they can pay it back, I say they have to Pay It Forward to three more people, each. So nine people get helped. Then those people have to do twenty-seven.’(내가 세 사람에게 진짜 좋은 일을 하는 거야. 그 세 사람은 내게 어떻게 되갚으면(pay it back) 되는지 묻지. 그러면 내게 아니라 각자 새로운 세 사람에게 갚으라(pay it forward)고 난 말하는 거야. 아홉 사람이 도움을 받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 아홉 사람은 27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트레버는 이 아이디어를 실천한다. ‘Pay It Forward’ 운동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느 기자가 관심을 갖고 그 선행 운동을 시작한 사람을 찾아낸다.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Catherine Ryan Hyde)라는 작가가 쓴 Pay It Forward(2000)라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영화로도 나왔다. 현실에서도 ‘pay it forward’는 실천됐다. 하이드는 ‘Pay It Forward Foundation’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시러큐스 대학교와 오프라 윈프리가 이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pay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pax, peace다. 평화도 결국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데서 생겨난다는 말이다. ‘Pay back’은 준 사람에게 되돌려준다는 뜻. 돈뿐만 아니라 은혜나 원한을 갚는다는 뜻도 있다.

그런데 “pay it forward”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하이드가 아니라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더불어 3대 과학소설 작가 중 한 명인 로버트 하인라인이었다. '우주전쟁(Between Planets)'(1951)이라는 작품에서다. 한편, 사회과학에서는 ‘pay it forward’를 ‘연쇄 교환(serial reciprocity)’이라고 부른다.

‘pay it forward’를 실천한 사람은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미국 역사의 저명 인물로는 벤저민 프랭클린(1706∼90, 정치가· 과학자)이 있다. 1784년 벤저민 웹이라는 곤궁한 사람에게 금화 10개를 꿔주며, 돈은 자신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에게 갚으라 했다고 전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