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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마약확산 충격-40代사장 쇼크死계기 실상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11일 미국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서 40대 흑인이 변사체로 발견됐다.그의 이름은 워델 래저드(44).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 스트리트에서「떠오르는 별」중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래저드 금융회사 사장이다.현장에서 발견한 마 약과 보드카술병등을 토대로 경찰은 코카인 과다복용에 의한 쇼크사로 잠정 결론지었다.
래저드의 죽음은 그동안 은밀히 나돌던 월 스트리트 금융전문가들의 마약복용說이 뜬 소문이 아님을 증명해줬다.
미국 젊은이들에게 월 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가 되는 것은 꿈의상징이다.월 스트리트맨은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고급 스포츠카를 굴리는등 상류사회인의 전형이자 여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장본인들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명성뒤에는 끝없는 긴장과 압박,그리고 실패와 좌절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이에따라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상당수 사람들이 스트레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마약과 알콜에젖어산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돼왔다.한해 수 입이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래저드사장도 바로 이러한「월스트리트病」의 희생자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월 스트리트맨들의 마약 상용행태는 베어 스턴스社의 수석경제전문가로 일해오다 지난달 코카인 복용사실이 드러나 사임한 래리 쿠드로에 의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흔히 워싱턴을 두고「장막에 감춰진 곳」이라 한다.그러나 마약과 관련해서는 월 스트리트야말로 진짜「장막에 휩싸인 곳」이다.』뉴욕 검찰의 마약전담 검사 로버트 실버링의 말이다.
심리학자인 아널드 워시톤도 월 스트리트맨들의『업무에 따른 압박감이 높고 성취도도 여느 일보다 높다는 직업적 특성이 마약을가까이 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쿠드로사건에 충격을 받아 월 스트리트맨의 마약복용 실태를 조사했던 헨리 드게네스티 프루덴셜社 부사장은『수백명이 마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이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마약으로 대신하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월 스트리트맨들 가운데 마약 상용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임에도 쉽게 적발이 안되는 것은 마약복용 행위가 매우 은밀히 이뤄진다는데 주원인이 있다.이들의 마약거래는 극히 제한된 루트를 통해,마약 복용 역시 개인 또는 소 수 그룹의 비밀 모임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적발해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월 스트리트 회사들의 소극적 대응들도 마약 확산을 방조하고 있다.과정보다는 실적을 우선하는 이들 회사의 속성상 개인생활이야 어떻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때문에 직원에 대한 체크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또 그런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회사 신용도의 손상을 우려,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월 스트리트에서 마약 냄새가 나는데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안잡힌다』는 한 마약전문 수사관의 토로는 월스트리트病이 한없이 깊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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