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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강북의 강남 '용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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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용산구가 '강북의 강남'으로 뜨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 터에 미국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대형 공원 조성이 추진되는 데다 뉴타운 개발, 경부고속철 개통 등의 호재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50년간 미군기지에 발목이 잡혔던 용산구가 풍부한 녹지와 사통팔달의 교통, 각종 업무.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알토란 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강과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원 예정지 인근의 전망 좋은 주택가는 '한국판 베벌리힐스'가 될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러나 미군을 상대로 한 업소 등은 울상이다.

◆공원 조성=27일 오후 용산구 주한미군 기지 앞. 시멘트 담장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부대 정문을 미군 헌병이 굳게 지키고 있었다. 바로 담장 너머 81만평이 '용틀임' 용산의 원동력.

7만평인 여의도 공원보다 12배나 넓다. 2007년까지 미군이 떠나면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공원의 형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민.관 합동 '공원기획위원회'를 구성해 공원의 형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새 옷 입는 도심=용산 개발 핵심은 ▶용산지구 단위계획구역▶이태원 계획구역▶뉴타운 개발 등 세가지. 이 중 2001년 첫 삽을 뜬 용산계획구역은 한강변에서 서울역을 잇는 4.5㎞ 구간 1백만평을 2011년까지 상업.업무.주거기능을 갖춘 용산의 중심지로 만드는 사업이다. 이곳에는 1백10층짜리 등 초고층 빌딩과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대거 들어선다.

이태원.한남.보광동 일대 33만여평의 뉴타운은 인구 10만명 정도의 미니 도심으로 개발된다. 단층 불량주택을 헐어내고 8~12층의 중층 공동주택 단지로 개발할 방침. 특히 보광동길에 근린공원 두개를 만들어 남산~공원 예정지~한강을 잇는 녹지 축으로 만들 예정이다.

이 밖에 용산은 지하철 1.4.6호선이 통과하고 4월 1일 고속철이 개통되는 데다, 신분당선이 용산까지 연장될 예정이어서 교통의 요지로 떠오르고 있다.

◆강남 뺨치는 아파트값="32평형이 9억원을 넘는 데 매물은 아예 없어요." 27일 이촌동에서 만난 H부동산 金모(47)사장은 미군지지가 옮겨가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촌동 H아파트가 대표적인 고급주택가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이 들어서면 아파트에서 5분 만에 걸어갈 수 있는 데다 단지(6백60가구)가 널찍하기 때문이다.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여 55평형의 경우 15억원을 호가한다. 이곳뿐 아니라 용산역 앞은 평당 4천만~5천만원을 호가하는 등 용산 땅값은 2년 새 두배 이상 뛰었다.

◆이태원 상인들 울상=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는 이태원의 속칭 '텍사스 골목'에는 1백여개의 술집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라이브쇼 클럽의 李모(26)양은 대뜸 욕부터 내뱉었다. "멀쩡한 미군 그대로 놔두지, ××××." 부대를 옮기면 영업도 끝장이라는 얘기다.

이태원 관광특구 내 2천여 상가들도 걱정이다. 해밀톤 호텔 앞 뉴욕슈즈의 권순걸(31)씨는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앞으론 더 막막하다. 정부가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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