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군통합 주민조사 결과 분석-집중취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이번 시.군통합 주민의견조사결과 찬성은 市에서,반대는 郡에서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찬성했던 시쪽에서는 도농간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전남순천시 주민들은 면적.인구등에서 전남 최대의 도시로 급부상하는 동시에 여천공단.광양제철공단의 배후거점도시로 성장할 수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시에서 유일하게 반대한 곳은 전남동광양시.시승격전에 변두리취급을 받는등 괄시받아왔다는 해묵은 감정이 나타났고,통합될 경우 경제개발축이 광양읍쪽으로 옮겨져 시지역의 땅값이 하락되는등 불이익이 예상되는데다 민선시장을 노린 일부 지역 정치인들까지 失地를 우려해 반대운동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지역에서 반대가 많았던 것은 지금까지 누려오던 세금혜택을 받지 못하고 분뇨.하수처리장.도축장.쓰레기매립장등 각종 혐오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충북청원군.충남천안군등은 이같은 이유를 내세워 통합을 결사반대했었다.
군산전문대 裵錫鎭교수(행정학)는『예산이 도시개발에 우선 투자되고 분뇨처리장등 혐오시설이 농촌지역에 집중돼 균형발전이 어려울뿐 아니라 어느정도 시일이 지나면 군지역 세부담은 도시수준이돼 농촌지역에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도농통합후를 염려했다.
한편 반대의 배경에는 통합이 될 경우 정치기반이 무너질 것이란 지방정치인들의 면밀한 계산이 깔려있는 경우도 있다.
시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반대운동을 벌이고 시의회가 주민들이 찬성한 통합안을 부결시킨 경남장승포시가 대표적 사례.
시청을 거제군에 뺏기게 되고 지역발전이 늦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속마음은 거제군과 통합되면 지방의원수가 수적으로 열세여서 의장자리등 지방자치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는 계산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
◇후유증및 갈등=우선 통합시의 명칭을 놓고 시와 군이 자존심을 건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충남 온양시와 아산군,대천시와 보령군,경남 충무시와 통영군,경북 포항시와 영일군,전북 정주시와 정읍군등이 명칭을 둘러싸고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 케이스들.
이 지역들은 지역의 상징성.역사성.뿌리론.지명도등을 앞세워「시명칭」에 대한 공방전을 펴고 있다.
또 시청사 위치를 둘러싼 주도권싸움도 치열하다.
경남사천군은 삼천포시와의 통합을 무산시켰으나 시청사를 사천군으로 가져올 경우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마저 보이고 있다.
일부 공무원사회도 동요하고 있다.
개발우선순위.지역상권문제등을 둘러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순천시와 통합되는 승주군의 경우 승주읍의 상권이 순천으로 옮겨질 것을 우려해 승주읍 주민이 중심이 되어 반대운동을벌이고 있다.
경북영천시.영천군은 산업우회도로건설.시외버스터미널이전문제로 시.군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통합이 무산되자 추진되던 공공사업이 차질을 빚는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경우도 있다.
충북청주시는 91년부터 청원군강내면학천리에 청주.청원광역쓰레기매립장을 조성하면서 사업비 1백50억원까지 마련했으나 청원군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돼 백지화할 위기에 놓여 있다.
광양군과 통합이 무산된 동광양시는 광양군에 설치하려던 컨테이너부두.진입로.철도공사.쓰레기매립장 설치문제가 차질을 빚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군통합지역의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은 새로 조정될 선거구와 의원정수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의회와 군의회가 의장자리등을 놓고 벌써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고,진주시.진양군등 일부 지역은 현재 국회의원수가 2명이나 통합될 경우 1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밥그릇싸움」은 자칫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새로운 움직임=이번 주민의견조사를 계기로 생활권위주로 행정구역을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전북이리시.익산군은 통합이 무산됐으나 이리시에 인접해 있는 익산군 오산.금마.삼기.황등면은 여전히 이리시로의 편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강원도태백시와 통합이 무산된 삼척군하장면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같은 생활권인 태백시와의 통합을 주장,내무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동해시의회는 명주군옥계면을 동해시에 통합시켜 달라는 건의서를 내무부와 강원도에 낸바 있다.
충남천안군풍세면 주민들은 천안시와의 통합무산에도 불구하고 천안시에 편입시켜 달라는 진정서를 도에 제출해 놓고 있고,전남승주군황전면 일부 주민들은 역시 같은 생활권인 구례군으로 행정구역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경남사천군 곤양.곤명.서포면은 진주시로,경남양산군 기장.장안읍과 김해군 대동.주촌.장유면은 부산시로 편입되길 바라고 있다. 대구시인근의 경북달성군 하빈.다사.가창면 주민들은 생활권이대구라며 시편입을 요구해 집단민원이 되고 있다.
한편 내년의 본격적 지방자치제를 앞두고 시.군통합으로 인한 광역화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일본.미국.서독.영국등 선진외국의 지방자치가 소규모로 실시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광역화현상은 지방자치정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독일이 70년대 시.읍.면을 통폐합해 현재 2만4천개의 게마인데(Ge-meinde)를 기초자치단체로 구성했고 일본도 한때시.정.촌을 일부 통합했으나 기초단체의 인구를 8천명~1만명안팎으로 묶은 점에 비추어 우리의 시.군통합은 오 히려 세계적인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方元錫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