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산책>앨런 파커감독 폭풍의 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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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41년 12월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폭격하면서태평양 전쟁은 그 막이 오른다.이 예기치못한 일본의 공격에 놀란 미국은 부랴부랴 전쟁준비를 시작한다.일본인들의 비열한 기습탓에 미국인들의 반일감정이 급속히 고조되면서 미 국내 거주 일본인및 그 자식들은 집단수용소에 감금당한다.
최근 출시된 영국 출신 앨런 파커 감독의 『폭풍의 나날』(폭스 비디오)은 이 어려운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미국인 노동운동가와 일본계 여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미시시피 버닝』등의 영화에서 사회적 편견에 의해 개인이 얼마나 황폐해질수 있나를 보여주었던 그는 이 영화에서도 사회적 관심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노동운동에 대한 당국의 살벌한 억압이나 일본계 주민들의 불법감금등은 확실히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수 없다.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생 각하는 것만큼 민주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영화의 중심축은 역시 정통적인 사랑이야기다.주위의 편견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결실을 본다는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의 변주인 것이다.그러나 이 흔해빠진 듯한 이야기는 당시의 긴박한 사회상이 배경이 됨에 따라 상당한 호소력을 갖는다.
영화는 1936년 뉴욕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아일랜드 출신 노동운동가인 주인공 잭 맥건(데니스 퀘이드)이 영사기사들을 조합에 가입시키려고 발연탄을 극장에서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노동운동에 있어서 원칙을 중요시하는 그는 결국 다른 동료들의 권유로 뉴욕을 떠난다.결국 로스앤젤레스까지 흘러들어가게 돼 리틀도쿄에서 영사기사로 취직한 그는 극장주인 가와무라의 딸인 릴리에게 호감을 갖게된다.열렬히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외국인과의결혼이 허용되는 시애틀로 도피해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삶을 시작한다.그러나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시작됨에 따라 일본인은 미국인들의 원한의 대상이 되고 릴리네 집안도 수용소에감금당하게 된다.맥건 역시 군에 입대하게 되지만 그는 아내를 찾아 탈영을 감행한 다.썩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감독의 지나친 욕심은 영화를 다소 혼란스럽게도 한다.가령 맥건의노동운동에 대한 묘사만 해도 그렇다.영화의 전체적 흐름에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대목에 그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이런 장면들이 멜로드라마적인 이야기의 전체 틀과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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