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댓글] "나 몸꽝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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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 외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글에 공감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생들의 정보 커뮤니티 ‘snulife.com’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 글은 “전 여자이고,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함”이라는 사전정보로 시작됩니다.  
 “머리가 곱슬이라 본래 머리 길러놓으면 사자 되고, 얼굴은 각져서 머리카락으로 가리지 않으면 얼큰이고, 코가 낮아서 웃으면 옆으로 퍼지고, 속눈썹은 짧아서 마스카라 하나마나, 목은 굵어서 목걸이를 차면 멍멍이 같고, 어깨가 넓어서 귀여운 옷은 절대 안 어울리고, 손이 커서 남자들이랑 대보면 나랑 비슷하고, 피부는 닭살 뱀살이어서 치마 함부로 못 입고, 종아리는 알이 크게 박혀 무릎까지 오는 치마 입으면 완전 OTL(좌절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발목이 굵어서 종아리랑 구분이 안되고, 발가락 굵어서 매니큐어 칠하면 남자발에 칠한 것 같고….”  

 자신에 대한 객관적이다 못해 냉정함마저 느껴지는 이 글에 공감한 서울대 동문들은 “나랑 닮은 점 정말 많다. 나도 키는 큰데 목이 짧고 어깨가 넓은 데다 골반도 벌어졌다”면서 자신들의 결점 보완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허벅지가 가느시다면 짧은 치마에 긴 부츠나 스키니 진을 추천하고, 넓은 어깨는 소매선이 목선에서 소매쪽으로 이음선이 완만한 느낌의 레글런 소매가 좋습니다” “낮은 코는 화장할 때 음영을 신경 쓰시고, 속눈썹은 미용실에 가면 손질할 수 있더군요” “저도 하체비만이었는데 스트레칭 꾸준히 하세요. 얼굴 콤플렉스는 귀걸이를 큰 걸로 하면서 감추시고요.”

 바닷가에 놀러갈 때도 화장을 하고 물에 들어가야 할 만큼 ‘생얼’에 자신이 없다는 글쓴이의 솔직한 고민에 “자기 비하가 오히려 귀여워 보인다. 자신감을 가지고 단점을 드러내 보라”는 격려도 이어졌습니다. 물론 익명 게시의 특성상 “죄송하지만 제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익살 댓글도 없진 않았고요.

 버선코가 오똑한 계란형 V라인 얼굴에 긴 생머리, 고사리같이 얇고 조그만 손에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여대생이 부러워 이런 글을 남긴 것일까요? 비록 발목이 굵어 종아리와 구분이 안 돼도, 피부가 닭살 뱀살이라 바지만 입는 당신이지만, 우리는 그 ‘솔직함’이 너무 귀엽고 자랑스럽습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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