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땐 굴뚝… 연기는 왜 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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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보다 강했던 중매인 로비/여야·농림수산부 “면피” 급급/“농림수산부 시행령 준비 소홀” 여야 한목소리
농안법 제정과 관련한 로비의혹이 여야와 행정부간의 3자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입법과정에 의혹의 눈길이 모아지자 서로 자신들은 결백하다며 해명하는 한편 국회는 농림수산부에,야당은 여당에 로비의혹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검찰이 중매인들의 집단행동이후 농림수산부와 국회에 대한 로비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을 부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의 김병오 정책위 의장·김영진의원 등은 7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법안 심의과정에서 우리 당이 지정도매법인의 중매기능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민자당측이 「시행령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 넘어갔었다』며 민자당이 지정도매법인을 감쌌다고 공격했다.
이들은 또 『농림수산부는 농안법 개정안이 1년간의 유예기간 끝에 시행할 시점이 되자 법 시행령을 만들어놓고도 관보에 게재요청을 하지 않는 등 고의적 태만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농림수산부가 의원입법인 농안법에 대해 개정단계는 물론 지금껏 사보타주로 일관했으며 관계공무원과 중매인간의 유착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자당의 반격도 만만찮다.
민자당의 한 정책 관계자는 『농림수산부가 중매인들과 밀착돼 법 시행에 따른 점검작업을 고의로 소홀히 했다』고 꼬집어 대농림수산부 공격에는 민주당과 한 목소리를 냈다.
이 법안의 제안자인 신재기의원은 『농안법에는 중매인의 도매 참여를 제한하는 한편 이로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법정 도매시장을 크게 늘리도록 돼있는데 농림수산부가 이를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자당은 한편으로 민주당이 뒤늦게 발을 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법을 통과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로비의혹을 제기하다니 자신의 무지를 공언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여야 모두 농안법을 찬성했는데 그렇다면 로비도 받으면 함께 받았지 민자당만 받았겠느냐』(민자당 농림수산위 소속 모의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공개발언을 삼가고 있는 곳은 농림수산부뿐이다.
그러나 농림수산부 역시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농림수산부의 한 간부는 『우리라고 할 말이 없겠느냐. 도매상 협회의 모씨가 여야 의원들과 수시 접촉을 가진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내뱉었다.
결국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어느정도 흑백이 가려지겠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치고 명쾌하게 해결된 전례가 드물어 여야·행정부의 3자간 「면피성」 해명과 공격은 수사결과 발표이후에도 계속될 조짐이다.<김두우·김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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