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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총장 "경쟁 없는 교수사회 풍토 대학 발전 가장 큰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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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수들은 주당 60~80시간씩 일해야 합니다. 주당 40시간 일하는 걸로 세계적 대학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대학 사회에서 시간당 임금이 가장 적은 사람이 교수여야 합니다."

서남표 KAIST 총장이 11일 교수 사회를 비판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마련한 '관악초청강좌'에서 '내가 본 한국의 대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다.

서 총장은 "한국의 사립대를 보니 수업료는 미국 대학의 20% 수준인데 교수 월급은 미국의 좋은 대학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며 "수입은 5분의 1인데 지출은 똑같은 셈이니 한 강의에 학생 여럿 집어넣고 하는 교육밖에 더 하겠느냐"고 말했다.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과감한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1년 예산 2조원이 넘는 대학은 10곳이고 1조원이 넘는 대학도 55곳"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정부 예산은 10조원이 조금 넘는다. 서 총장은 "정부가 대학에 100억원대 예산 지원을 한답시고 50곳에 나눠주고 대학은 그것을 갖고 잔치를 벌이는 식으론 국제 경쟁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KAIST나 서울대나 입학생의 지적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라며 "이 우수한 인재들을 데리고 세계적 대학을 못 만들어낸 것은 교수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이 실종된 대학 사회의 풍토가 글로벌 대학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서 총장은 "40년이 못 되는 기간에 세계적 기업이 된 삼성전자와 그동안 국내에서나 자리다툼을 해 온 KAIST 등 국내 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대학 간, 교수 간 경쟁이 사라진 토양에서 세계적 대학이 나올 리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KAIST 교수 심사에서 '테뉴어'(종신직)를 신청한 30여 명의 교수 중 3분의 1이 탈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총장은 "20%만 테뉴어를 받는 미국 하버드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선 내부 개혁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경쟁시스템을 통해 확실한 보상과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노필 기자

◆서남표 총장=1959년 미국 MIT 기계공학과를 나와 64년 카네기멜런대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 기계공학과 교수와 학과장을 거쳤고, 80년대 중반 미국 과학재단 부총재를 역임했다. 당시 일본에 뒤지던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KAIST 총장에 부임해 1년째 대학 개혁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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