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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어린이책] 말썽꾸러기 고아 쌍둥이, 노부부와 복수극 꾸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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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루비 홀러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보물창고, 336쪽, 9800원, 중학생 이상

 가난한 환경에서 고아로 태어난 아이가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 이런 스토리의 배경에는 외면당한 아이들, 이들을 이용해 제 욕심만 채우려는 극악무도한 후견인들, 뒤에서 아이들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마음씨 고운 부부 등이 빠지지 않는다. 이 책에도 어김없이 3각 구도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 아이들만 성장하는 밋밋한 내용을 과감히 탈피하고 어른도 아이들과 함께 성숙해 간다는 내용이다.

 고약한 트레피트 부부가 운영하는 복스톤 크릭 고아원에서 자란 댈러스와 플로리다는 말썽꾸러기 쌍둥이로 불린다. 여러 차례 입양됐다 다시 고아원으로 되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한 이들 남매.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더 이상 어른들을 믿지 않는다. 루비 홀러에 사는 노부부 틸러와 세어리. 자식들이 다 자라 멀리 떠난 후 노부부는 캉가둔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우연한 기회에 고아원 남매를 자신들의 여행에 동행시키기로 결정한다.

 남매는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이 미덥지 않다. 노부부의 질문이 귀찮아 송곳처럼 쏘아붙이기 일쑤다. “내 생일은 7월 29일인데 트레피트 얼간이가 3월 3일로 적어 놨어요.” “3월 3일이 진짜 네 생일일지도 모르잖아.” “아니에요. 난 생일이 3월인 건 싫어요.” “그래 알겠어. 그 트레피트라는 사람이 아마 실수를 했겠지.” 티격태격하는 속에서도 노부부는 ‘고아에게-착하게-대하기 초콜릿 과자’ ‘임무 완수-축하케이크’ ‘베이컨 귀가-환영 베이컨’ 등의 요리를 해주며 아이들의 마음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한 가족이 된 이들은 그동안 ‘공공의 적’이었던 고아원 원장 트레피트를 향해 복수극을 준비, 통쾌하게 성공시킨다.

 책은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다. 저마다 조금씩 부족한 점을 지닌 불완전한 존재들이 모여 관계를 맺는 순간 ‘각자’에서 ‘우리’가 된다. 아이들이 점차 변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른들 역시 아이들을 통해 변화돼 가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아이와 어른의 성장소설인 셈이다. 2002년 영국 최고의 도서상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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