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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선제공격은 비현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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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략문제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지난주 '북한의 무기개발 계획'이라는 1백20쪽 분량의 보고서(사진)를 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생물.화학무기,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 등의 문제를 잘 정리했다. 서울에서 서울국제포럼(회장 김경원)과 공동으로 보고서의 설명회를 가진 IISS의 게리 세이모어 연구실장과 애덤 워드 아시아담당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낸 목적은 아직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시간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의 주요 부분을 요약, 소개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IISS의 게리 세이모어 박사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과 관련,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이유를 들어 "현실적인 선택 방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선제 기습공격한다 해도 서울에 대한 북한의 대대적인 포격을 막을 수 없다. 서울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1만기의 북한군 방사포는 1분에 몇 차례꼴로 포격을 가할 능력이 있다. 발사 직후 포탄은 초속 5백m로 비행한다.

연합군의 레이더가 10㎞ 떨어진 곳에서 북한 미사일이나 포탄을 몇초 안에 포착, 궤도를 추적한다 해도 최초 1분간은 북한의 방사포를 침묵시키지 못한다. 이론적으로는 연합군이 필사적인 저지 노력을 해도 수천발의 포탄이 서울에 떨어질 것이다.

2. 지하 깊숙이 엄폐된 북한군 지도부 및 군 지휘본부의 시설들을 찾아내 공격하기가 어렵다. 북한은 발칸반도와 걸프전을 연구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3. 한.미 연합군이 평양으로 진격할 루트가 없다. 휴전선을 넘어가는 공격 대신 해안으로 상륙하는 작전은 위험하다. 북한은 최근 몇년 사이에 해안 방어체제를 강화했다.

4. 북한군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북한군의 붕괴를 기대할 수 없다.

5. 북한 김정일이 정권 붕괴 위기에 처할 경우 최후수단으로 핵과 미사일, 생물.화학무기로 자살행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핵, 외교적 타결 서둘러야=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이 손에 넣은 플루토늄의 양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다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게 되면 시간은 결코 미국 편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이 본격적인 핵개발에 나서기 전에 외교적 타결을 서둘러야 한다. 만일 북한이 5MWe 원자로에서 나온 8천개의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할 경우 실제 추출할 수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17.5~27kg에 달할 것이다. 핵폭탄 2~5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고농축 우라늄=북한은 지난해 3월 유럽에서 2백t가량의 고강도 알루미늄을 수입하려다 적발됐다. 그것은 3천5백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연간 3개의 핵폭탄 제조가 가능한 75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추출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원심분리기를 제작하려면 알루미늄관 외에도 상당수의 첨단 부품과 함께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농축시설은 빨라도 2005~2010년께나 가동될 것이다.

◆6자회담=미국은 제2차 북핵 위기를 맞아 동북아 국가들과 함께 6자회담이라는 다자적 접근을 하고 있다. 6자회담은 향후 돌파구, 결렬, 절충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수 있다.

만일 6자회담이 절충형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경우 미국과 북한은 북한 핵시설을 동결시켜 놓고 문제 해결의 타이밍을 2004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늦출 것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최원기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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