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실장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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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실장은 이해찬 전 총리와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 실장이 옛 민주당 정책위 전문위원으로 파견 나갔을 때 직속 상관인 정책위 의장이 이 전 총리였다. 이 전 총리를 보좌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 예산처 장관으로 발탁될 때도 이 전 총리의 천거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현 정부의 386 실세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드문 고위 관료였다. 변 실장은 예산처장관 시절 복지 확대와 증세 정책을 밀어붙였다. 당시 한나라당의 '감세론'으론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해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그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면서도 '튄다'는 평이 따라다녔다. 학창 시절 화가 지망생이었던 데다 모 언론의 신춘문예에도 당선됐던 예술가 기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변에선 풀이한다. 아마추어 화가 수준을 뛰어넘는 그림 실력에다 그림 수집에도 남다른 안목을 지녔다. 변 실장은 자주 "원래 미대에 가고 싶었는데, 당시 남자가 미대에 가면 이상하게 보는 시절이어서 그만뒀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런 기질 탓인지 예산처 장관 시절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거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집무실에 걸어두고 출입기자들에게 "내 그림 어떤가"하고 묻기도 했다. 그는 과천에 자신의 화실까지 따로 꾸며놓았다.

신정아씨는 예일대에서 2005년 미술사로 박사 학위를 땄다고 자처했다. 변 실장은 예일대 경제학 석사 출신이다. 미술과 예일대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셈이다. 그의 측근들은 "미술 애호가인 변 실장이 예일대 '후배'에다 촉망받는 큐레이터인 신씨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한다.

변 실장은 독실한 불교 신자이기도 하다. 청와대 불교 신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신씨가 동국대 교수에 임용될 때 변 실장은 기획예산처 장관이었고,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이 될 때는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예산처 장관은 대학교육 예산을 주무르는 경제계 실세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변 실장과 가까운 이창호 통계청장은 "미술을 워낙 좋아했다. 직원조회 때 바르비종파 화가 밀레처럼 혁신을 이루자는 말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면서 "그래도 신정아씨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변 실장은 경남 통영 출신으로 부산고.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예일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2002년 서강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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