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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장 순례] 3. 파리 '팔레 가르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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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1858년 나폴레옹 3세는 오페라 관람 후 극장 문을 나서다 암살당할 뻔했다. 파리 중심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오페라 극장'을 짓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각각 황제와 귀족을 위한 전용 출입문을 만들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파리 국립 오페라의 전신인 파리 왕립 오페라는 1669년 루이 14세의 승인을 받아 창단됐지만 2백년이 넘도록 볼품 없는 극장을 10여곳이나 전전해 왔다.

착공 14년 만인 1871년 1월에 완공된 이 극장은 1989년 프랑스 혁명 2백주년 기념으로 사회당 정부가 건축한 오페라 바스티유의 개관 이후 '팔레 가르니에'라 부르고 있다.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1825~98)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서다. 오페라 바스티유와 더불어 파리 국립 오페라(www.opera-de-paris.fr) 소속이지만 주로 발레 무대로 사용된다.

객석수는 1천9백79석.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2천8백석)은 물론 빈슈타츠오퍼(2천2백76석)보다 적다. 하지만 무대와 객석은 건물 전체의 5분의1에 불과하다. 건물과 로비.계단을 장식하기 위해 화가 13명, 조각가 89명이 동원되었고 객석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무게만도 8t이다.

뮤지컬로 더 유명한 가스통 르노의 추리소설 '오페라의 유령'의 배경이 바로 이 극장이다. 당시 상근 직원수만 1천5백명이 넘었고 앞마당 지하에는 무대에 출연할 백마를 수용하기 위한 자체 마구간까지 갖추고 있었다. 히틀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극찬했지만 작곡가 드뷔시는 '기차역''터키탕 현관', 베르디는 '대형 백화점'이라고 비꼬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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