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 봄나들이 잡친다/세일 백화점·등산로 입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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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두다 차 몰고와 북새통/“버스·전철 타면 탈나나”/시민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김경수씨(29·회사원)는 24일 오후 6시쯤 상계동 친구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국통신 노원구 상계동 지점에서 M백화점 앞 로터리까지 2백여m를 빠져 나가는데 30분 이상이나 걸려 말로만 듣던 백화점 세일 교통지욕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세일에 시민들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때문에 백화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같은 시민이 왜 피해를 봐야 합니까.』
김씨는 백화점 세일 마지막날인 줄도 모르고 나섰다가 길위에서 시간을 다버리는 바람에 휴일 기분만 상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시각 서울 서초구 잠원동 N백화점 주변. 반포동 고속터미널 네거리에서 반포파출소에 이르는 2백여m의 도로를 통과하는데 무려 20여분이 걸릴 정도로 이 일대 역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주부 신모씨(45)는 주차장까지 들어갔다가 빈자리가 없어 1시간20분만에 빠져 나오기도 했다.
모범택시기사 박상은씨(54)는 『이 백화점의 세일기간에는 반포 네거리∼반포대교 네거리,영동 네거리∼고속버스터미널 네거리 등 이 일대전체가 교통지옥으로 변한다』며 『손님이 원하면 어쩔 수 없이 이 쪽으로 오지만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4월마지막 휴일이자 쾌청한 봄날씨를 보인 24일 전국 관광지 등에는 2백50만명(경찰추산)의 상춘객과 차량이 몰린 가운데 서울시내에서는 유명백화점들의 바겐세일 마지막날까지 겹쳐 전국이 또 한차례 「교통전쟁」의 몸살을 앓아야 했다. 백화점주변들이 이처럼 극심한·교통혼잡을 빚자 도심곳곳에 연쇄교통체증 현상이 빚어졌다.
이날 10만명의 등산객이 몰린 관악산·도봉산 등 서울근교 등산로 입구마저도 등산객들의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뤄 시민들 사이에는 『이래서 되겠느냐』는 짜증과 함께 『이제는 우리의 자동차이용 습관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봄맞이 바겐세일 마지막날인 이날 잠실 롯데백화점과 미도파 상계지점,강남 뉴코아백화점,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한 영등포역앞 등에는 백화점마다 1만대에 가까운 쇼핑차량이 붐벼 올해들어 최악의 교통체증 현상을 보였다.
특히 잠실 롯데백화점앞에는 이날 오후들어 쇼핑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삼성역에서 송파구청에 이르는 3백여m 구간이 노상주차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으며 10만명이 넘는 쇼핑객이 몰린 미도파 상계지점도 일대교통이 하루종일 마비되는 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딸애(8)가 백화점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 차를 몰고 백화점에 간신히 도착했지만 주차할 수가 있어야죠.』
남궁영씨(41·회사원)는 딸은 겨우 찾았지만 부인을 찾는 구내방송을 하려해도 차를 세울 수가 없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교통기동대 소속 배성중의경(22)은 『백화점 세일 교통지옥을 피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불편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날 오후부터는 귀가차량들이 국도와 고속도로에 몰려 경부·중부고속도로는 시속 20∼30㎞로 거북이 운행을 해야했고 이 정체는 25일 오전 2시쯤까지 계속됐다.<신성식·신성은·신준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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