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많던 영화 증발 개봉되자 관객들 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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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객석의 박수소리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23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객석에서는 개봉일 첫회 영화가 끝나자 약간의 환호까지 섞여 박수가 터져 나왔다.관객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에 터지 는 박수는 분명 예사스럽지 않은 것이었다.
문제의 영화는『증발』.申相玉감독과 合同영화사(대표 郭貞煥)가지난 3월에 완성한 이 영화는 정치권력의 음모.치부를 그린 정치영화다.
『증발』은 허구라는 전제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쿠데타,3선개헌,여성근로자 야당당사 점거,대통령 피살,前보안부장의 증발등 영화의 모티브와 사건.등장인물들이 실제와 너무나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특히 영화의 주인공(김희라扮)이 실종된 前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옮겨놓은 것임은 주지의 사실.公倫 심의과정에서 몇몇 장면이 문제가 됐었고,대종상영화제에선 심사에 외압이 있다는 제작진의 주장과 함께 자진 출품철회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영화관계자들은『3공화국의 정치이면을 다룬 TV드라마가 있었긴 하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3공화국의 비리를 고발한 영화는 없었다』며『박수의 의미는 아직도 안개에 싸인 사건의 고비들이 역사 속에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정 서의 표현일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화에서 야당지도자 김영대로 묘사된 金大中 前民主黨대표(現 亞太평화재단 이사장)는 民主黨의원들과 영화를 보고 나서『매우 충격적이다.그때를 생생히 되새겨 보게 한다.잘된 영화인 것같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충격적인 리얼리티로 인해 적지않은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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