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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피플]“고전은 보물창고예요 현실의 고민 풀 열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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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고전은 보물창고예요. 자기계발·조직관리·인재등용 등을 다룬 귀한 텍스트가 가득하죠. 이를 젖혀두고 활용 못하는 게 안타까워 고전 대중화에 나서게 됐습니다.”
 올 3월 출간된 『조선지식인의 독서노트』(포럼)를 시작으로 『… 글쓰기 노트』『… 말하기 노트』『… 아름다운 문장』『…비평노트』등 ‘조선지식인’시리즈를 연이어 내놓고 있는 저자 한정주(41·사진)씨. 자신의 작업에 대해 “고전을 현대인들의 문화적 욕구에 맞도록 해석해 재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사학과를 나온 한씨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노동운동에 뛰어든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고전에 빠져들게 된 데는 생계에 보탬이 될까 해 시작한 출판사 아르바이트가 큰 역할을 했다. ‘동양학 총서’시리즈를 내고 있는 출판사 자유문고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편집·교정일을 했다. 논어·맹자 등 중국 고전을 탐독하면서 그는 “고전 속에 우리가 현실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을 풀 실마리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2002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고전 공부를 시작했다.

 “고전이 어려운 게 단순히 한자 때문만은 아니에요. 민족문화추진회 인터넷 사이트(www.minchu.or.kr)에 가보면 온갖 고전들이 다 한글로 번역돼 있어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죠. 하지만 역사적인 배경과 맥락을 결합시켜주지 않으면 일반인에게는 번역된 문장도 암호에 불과합니다.”

 공부는 자연스럽게 집필 활동으로 이어졌다. ‘사기’와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비교하는 『영웅격정사』(2005년)를 비롯해 『천자문뎐』『한국사 천자문』『조선의 거상, 경영을 말하다』 등이 그의 저서다. 하나같이 간결하고 친근한 문장으로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2005년부터 몇몇 선후배들과 함께 고전연구회를 꾸려가고 있는 그는 “대학에 있는 학자들도 대중서 집필에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직도 교수들 중에는 연구 외의 활동을 ‘외도’로 폄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2009년 발간할 책까지 모두 출판사들과 계약을 마쳤다고 귀띔했다. “저자 기근 현상이지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고전의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네요.” ‘밥그릇 싸움’이 겁나지도 않는지, 그는 학자들을 향해 연신 ‘동참’을 권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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