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장이쓰는가정이야기>봄 뜰 가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처마밑 옛 집을 수리하느라 바삐 날던 제비 한쌍이 전깃줄 위에서 뜰을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담을 따라 활짝 핀 노란 개나리와 하얀 목련들에 취해 시간은멈춘 듯한데 매실나무 꽃을 온통 뒤덮은 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고 있다.
집사람은 잔디밭 사이로 풀을 매고 있고,둘째 아이는 공부하다창밖을 망연히 내다보고 있으며,나는 봄의 상념 속에 나를 잊고있다.자연이 주는 행복한 시간들이다.그러나 이만큼 되기까지엔 집 식구들간에 약간의 갈등도 없지 않았다.
어느새 일하는 것이 취미가 되다시피 하였지만 일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벌여만 놓고 마무리를 하지 않으니 짜증이 날 수밖에없게 된다.
그래서 몇년전부터 어떻게 하면 자연스레 뒤처리를 떠넘길 수 있을까 생각하다 요령을 터득했는데 결국 두 아들을 잘 활용하는방법이었다.그러나 일을 끝낸 녀석들은 기다렸다는듯 책도 사야하고 목욕도 해야 하니 아빠 차를 타고 같이 외출 해야 한다고 조른다. 그러면 나는 못이기는 척하고 따라 나서 목욕과 드라이브를 즐기고 시장에 들러 간단한 안줏거리를 사들고 와 지난해 딴 매실.앵두.모과 등으로 담근 과일주를 한잔 들며「마음 비우기」를 실습하곤 한다.
대학 가느라 집 떠난 큰 아들녀석 노릇을 둘째놈이 머리를 잘써서 해야 할텐데.부전자전이라고 큰 녀석이 곧잘 술을 하는가 본데 객지에서 마시는 술,안주 잘 먹고 해장국도 사먹으라고 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