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또 한·중 라이벌 … 누가 살아남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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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대국 모습. 왼쪽부터 창하오 9단 대 조한승 9단, 강동윤 7단 대 구리 9단. 한국과 중국은 8강전에 나란히 4명씩 진출했다.

8강의 얼굴은 한국과 중국이 4 대 4로 팽팽했다. 최근의 흐름인 한·중 대결 구도는 변함이 없었고, 일본은 이번에도 일찌감치 전멸했다. 중국 측 간판들도 창하오 9단, 구리 9단, 후야오위 9단, 황이중 7단 등 전과 비슷했다. 그러나 한국 측 얼굴은 크게 바뀌었다. 대회 3회 우승에 최근 2년간 연속 결승에 올랐던 이창호 9단이 한상훈 초단에게 져 탈락한 반면 스스로 ‘한물갔음’을 자처했던 유창혁 9단은 저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이어갔다. 한국은 결국 이세돌 9단, 한상훈 초단, 박영훈 9단, 유창혁 9단이 8강에 올랐다.

 제2회 삼성화재배 세계오픈이 4일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개막돼 6개월의 장정에 들어갔다. 토너먼트 1회전인 32강전에서 한국은 인해전술로 밀어붙여 중국을 압도했으나(16강 진출 12 대 4) 6일의 16강전에선 중국이 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4 대 4가 됐다.

근래 현역 최강자로 꼽히고 있는 이세돌 9단은 14세 박정환 2단을 신중한 자세로 맞이했다. 박정환은 이번 대회 최연소자이고 한국 프로들이 차기 대권을 거머쥘 수 있는 최고 유망주로 지목한 바 있어 이세돌로서도 부담이 됐던 것. 이세돌은 그러나 시종 공격적인 행마로 불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초단 돌풍’의 주역 한상훈 초단은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중국 1위 구리 9단을 꺾고 8강에 오른 데 이어 삼성화재배에서도 거목 이창호 9단을 꺾어 독보적인 ‘강자 킬러’로 등장했다. 이창호 대 한상훈의 바둑은 흑을 쥔 이 9단이 우세했으나 종반 백의 묘수 한 방으로 뒤집히고 말았다. 이 9단이 손해를 보며 백 대마를 잡으러 갔으나 한상훈은 삶을 약속하는 묘수를 준비해 두고 있었던 것.

 국제대회에서 여섯 번 우승했던 유창혁 9단은 2002년을 끝으로 더 이상 우승의 단맛을 보지 못했으나 이번엔 중국의 쿵제 7단을 완파한 데 이어 허영호 6단마저 꺾어 40대 이상 노장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올 여름 후지쓰배에서 우승했던 박영훈 9단은 조치훈 9단을 꺾고 올라온 신예 김기용 3단의 거센 도전에 고전하다가 종반 역전승을 거뒀다.

대체적으로 신예들의 파워가 거셌고 대세가 바뀌는 것도 멀지 않았음을 암시해준 흐름이었다. 8강전은 10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우승 상금 2억원.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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