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추적」 국정조사 새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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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정치권 자금유입 밝히는데 필수”/민자/“영장없이 예금계좌 추적은 곤란”
상무대 이혹 국정조사에서 수표추적 문제가 새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이 19일 법사위의 조사계획서 작성논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확보한 검찰의 상무대 비자금 조사내용을 제시한뒤 국정조사 방법으로 수표추적을 새롭게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민자당측은 실명제에 저촉되고 실효성도 없다며 반대다.
민주당의 상무대 의혹 진상조사특별위원장인 정대철의원과 법사위의 강철선·강수림·정기호의원,교체멤버인 나병선의원 등이 이날 공개한 자료는 조기현 전 청우건설 회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중 일부 내용이다.
검찰이 상무대 자금 2백27억원중 조 회장이 「개인용도」로 1백88억9천만원을 인출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도 그 용처가 어디인지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이 검찰 공소장에는 조 회장이 지난 91년 11월11일부터 92년 12월31일까지 30억원·20억원·19억원·12억원·6억4천만원 등 모두 1백82회에 걸쳐 자금을 유용한 사용내용이 날짜와 액수별로 자세히 나타나 있다.
민주당은 이 돈의 종착점을 찾으면 상무대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되었는지의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수표추적을 요구하는 것은 30억원이나 20억원 등의 고액을 현금으로 인출한다는게 어불성설이며 수표로 나갔을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의 뚜렷한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수표추적을 통해 상무대 자금의 최종 기착지를 밝힐 수 있었을 것이라는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특히 그간 청와대의 S씨,이현우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진삼 전 육참총장 등에게 전달되었다고 주장한 30억·20억·6억5천만원과 비슷한 액수가 지출된 내용이 있다는데 민주당은 주목한다.
이들 인사들에게 들어간 돈은 조 회장의 계좌에서 인출되었을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의혹이다.
민자당은 실명제 긴급명령 아래서는 법관의 영장없이 예금계좌를 추적하기가 곤란하다며 반대한다.
예금주의 동의가 있거나 은행감독원 등이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수표추적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무대 자금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현재 조 회장에 대한 공판이 진행중이어서 검찰이 추가수사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상의 서류요구 규정을 들어 수표추적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민자당이 반대근거로 대고 있는 실명제 긴급명령은 법률로서 성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법보다 하위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명제 긴급명령이 수표추적과 계좌조사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법적논리를 세우고 있다.
국정조사의 여야 공방은 바야흐로 수표추적 문제에서부터 달아오르고 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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