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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게이 커플의 뻔뻔한 한바탕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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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출연:애덤 샌들러,케빈 제임스
장르:코미디
등급:15세
20자평:버르장머리가 없어도 웃기고는 싶다는 미국산 코미디.

‘척 앤 래리’는 뻔뻔한 코미디다. 침대에 누워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거구의 뚱보도, 우스꽝스러운 영어발음의 외국인도, 공무 집행에는 열심이지만 볼품없는 외모에 좀스러운 성품의 공무원도 가리지 않고 조롱하면서 코미디 재료로 요리한다. 하도 뻔뻔해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따지고들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을 정도다. 한국산 코미디가 조폭처럼 사회적 대변자가 없는 세력을 주로 희화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 미국산 코미디는 서슴없이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에는 또 다른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력하게 실려 있다. 그렇다고 동성애자가 코미디 요리감에서 제외되느냐 하면, 결코 아니다. 동성애자 특유의 취향, 아니 취향이라고 전형화되는 모습을 영화 곳곳에서 웃음감으로 만든다. 역시나 뻔뻔하다.

 3년 전 아내를 잃은 소방관 래리(케빈 제임스)는 뒤늦게 자신의 연금 수혜자를 두 아이로 바꾸려다가 서류절차의 복잡함을 깨닫고 난감해진다. 그래서 낸 꾀가 죽마고우이자 단짝인 소방관 척(애덤 샌들러)과 동성애자 커플로 가장하는 것. 동성커플도 이성커플처럼 연금 수혜자로 인정하는 새로운 법규를 이용해 혹시나 자신에게 불행이 닥칠 경우 척이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게 하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쉬운 것만은 아니다. 시청에서는 연금을 노린 가짜 동성커플이 아닌가 의심하고 집중조사에 나선다. 더구나 지금도 아내를 일편단심 그리워하는 래리와 달리 척은 화려한 성생활을 즐기면서 살아온 터. 이들을 실제 동성애자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상담해 주는 미모의 인권변호사 알렉스(제시카 비엘)에게 척이 반하면서 동거 생활의 내적인 갈등요소가 된다. 밖으로는 이들이 동성커플로 알려지면서 가까웠던 동료로부터 기피당하고 차별을 받게 된다. 급기야 둘이 동성커플로 인정받는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진위를 밝히는 청문회까지 열린다.

 이 코미디의 주재료는 당연히 두 남자의 가짜 동성애자 행세인데, 그 밖에도 코미디의 실탄이 꽤 두둑하다. 다양한 소동과 에피소드를 빠르게 이어가면서 웃음이 터지는 타율을 높이려 한다. 특히 척은 어떤 상황에서나 태연하게 농담을 읊어대는 캐릭터다. 그 농담이 꽤나 공격적이고, 노골적인 성적 표현도 빈번해 불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알아두는 게 좋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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