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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회진출 더 늘리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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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 수립후 처음으로 여성시장과 구청장이 나란히 탄생했다. 정무직으로는 더 높은 직위에 오른 공무원도 있고 여성장관도 이미 여럿 나왔지만 일반직 여성공무원으로서는 이번 광명시장 전재희씨와 대구 남구청장 이현희씨가 그 최고위직에 속한다.
경하할만한 일이다. 비록 이번 인사는 여성의 진출기회를 확대한다는 의도아래 행해진 정책적인 인사였으나 경력상으로 볼때 두사람 모두 시장과 구청장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실은 여성이 시장과 구청장이 되었다고 화제가 되고 경하를 해야 하는 현실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시장과 구청장으로서의 업무능력을 갖추었으냐 아니냐가 문제가 될뿐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문제가 되어선 안될 일이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제 그것을 바로잡기로 한 만큼 앞으로는 모든 직급에 걸쳐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음으로,양으로 승진에 차별을 두던 나쁜 관행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물론 여성이라고 해 승진에 특혜를 준다거나 쿼터를 둔다면 그것은 새로운 성차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여성들이 부당하게 차별받아온 점을 감안할 때 상당기간 동등한 자격일 때는 여성을 우선 고려하는 인사정책을 써보는 것도 여성차별의 사회구조를 깨뜨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는 너무도 좁다. 채용에서 차별을 두지 않는 공무원직만해도 전체 공무원중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22.4%뿐이다. 더구나 그 대부분이 하위직이나 교사이며 5급 이상 고위직은 약 0.2%밖에 안된다. 이는 남녀간의 능력차이가 아니라 오랜 여성차별구조의 결과다. 대학졸업생의 취업률만 보아도 여성차별의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60.2%인데,이중 여성의 경우는 39%다. 그나마 여성의 경우 입사후에도 업무영역을 제한받아 고위 경영직으로의 진출이 막히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자원 이외에는 달리 내세울 것이 없는 우리 형편에서 여성의 인력을 사장시킨다는 것은 곧 국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다행히 최근 몇몇 대기업들이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에 눈을 떠 여성채용인원을 대폭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또 여성에게 맡기는 업무영역도 넓혀주고 있다.
여성들도 이런 추세에 호응해 남성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전재희 신임 광명시장은 『내가 잘못하면 전체여성에 대한 편견이 한층 심해지므로 남자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분발했다』고 말했다. 여성차별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남성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그러나 여성쪽에서도 여성고용으로 인한 사용자측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각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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