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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쿠크 주둔 예정지 헬기로 둘러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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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군 파병을 위한 사전 조사차 이라크를 방문한 김희상 대통령 국방보좌관은 지난 25일 "늦어도 2월 초까지 파병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金보좌관은 4박5일 일정의 방문을 마친 이날 "파병을 안해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추가 파병이 안될 경우 우리나라는 정치.외교.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金보좌관은 지난 21일 이라크의 나시리야에 도착, 서희.제마부대를 방문했으며 바그다드에서는 리카르도 산체스 미군 사령관 등과 만나 파병문제를 협의했다.

金보좌관은 24일엔 헬리콥터편으로 2시간 동안 키르쿠크의 한국군 주둔 예정지를 둘러봤다. 헬기는 오후 2시30분 키르쿠크 공항을 이륙했다. 탑승자는 金보좌관과 윌리엄 메이빌 미군 제173공수여단장, 임홍재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 송기석 합참 작전부장 등 8명. 기자도 동승했다.

공중에서 본 키르쿠크 시내는 수십년간 파괴가 거듭됐음을 보여주었다. 낡아빠진 건물, 무너지고 부서진 집들이 즐비했다. 비가 별로 내리지 않았는데도 배수가 안돼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겼다. 헬기가 기수를 남쪽의 투즈로 돌리자 4차로 도로가 보였다. 낡았지만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시 외곽으론 무성한 초지가 계속됐고 양떼가 뛰어다녔다.

그 길 옆 공항시설 내에 자리잡은 미군 캠프 베른스틴이 나타났다. 모래방벽으로 단단히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서 미군 검문소 두 군데를 지나 계속 남쪽으로 비행하자 햄린산맥이 나타났다. 키르쿠크 남쪽으로 75㎞에 있는 이 산맥엔 저항세력들이 은신해 있다.

동굴과 은신처가 많아 저항세력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지형이며 저항세력의 훈련장과 무기공장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한국군 주둔 예정지 중 하나인 하위자는 햄린산맥을 경계로 티크리트와 마주하고 있다. 헬기는 기수를 북서로 돌렸다. 비옥한 목초지를 한참 가로지르자 하위자가 나타났다. 수니파가 다수세력인 하위자는 한국군 주둔 예정지 가운데 가장 위험한 곳이다. 사담 후세인은 집권시 고향인 티크리트와 인접한 하위자 출신을 중용했다. 당연히 추종세력이 많다.

미군은 지난해 4월 하위자의 과학기술대 건물에 캠프를 차렸다가 저항세력의 끈질긴 공격으로 석달 만에 시 외곽으로 옮겼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하위자를 관할하는 미군 캠프 맥헨리의 텐트는 모두 두터운 모래방벽을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다시 북서방향으로 한참 비행하자 디비스가 나타났다. 호수와 강을 끼고 있는 디비스는 갈대숲이 우거지고 철새가 한가롭게 나는 아름다운 도시 같았다. 이곳을 스쳐 키르쿠크로 다가가자 곳곳에서 타오르는 유전의 불꽃들이 보였다. 키르쿠크와 그 주변은 '기름 위에 떠 있는 가난한 땅'이었다. 金보좌관은 25일 키르쿠크 시내를 2시간 동안 둘러본 뒤 쿠웨이트로 떠났다.

키르쿠크=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사진=키르쿠크 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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