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된 대통합민주신당의 컷오프(예비경선) 결과를 들여다보면 누가 신당의 대선 후보가 되느냐 역시 경선 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컷오프는 국민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여론조사의 두 부분으로 이뤄졌는데 국민 여론조사는 민심에, 선거인단 여론조사는 당심에 가깝다. 손학규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2460표를 얻어 2207표에 그친 정동영 후보를 눌렀지만 선거인단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2339표)가 손 후보(2274표)에게 앞섰다. 그래서 '민심=손학규' '당심=정동영'의 구도가 확인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컷오프는 1인2표제였기 때문에 민심.당심의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1인1표제가 적용될 본경선에선 양자의 차이가 확 벌어질 것이란 게 정설이다.
또 본경선에선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이 실시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신당은 당원이 아니라도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 등을 빼곤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선 흥행을 노려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론 국민경선이 각 후보 진영의 조직과 인력 동원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럴 경우 당내 기반이 제일 강한 정 후보가 유리해진다. 특히 선거인단의 지역별 할당 비율이 없어 정 후보는 자신의 호남 기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조직력이 약하고 지역 기반도 없는 손 후보는 본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데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손 후보 측의 김부겸 선대본부 부본부장은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도록 여론조사를 꼭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캠프대변인 역시 "여론조사는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본경선 때 지역 편차가 걱정되면 다른 지역 유권자가 더 많이 참여하도록 발로 뛰어 해결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정 후보 측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본경선 때 모바일 투표 등으로 선거인단 참여를 넓히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전제조건을 붙여 본경선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면 여론조사 비중에 따라 손.정 후보의 득표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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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어느 한쪽이 쉽게 양보할 리 만무하다. 친노 진영에서도 이해찬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반영에 부정적이지만 한명숙.유시민 후보는 유동적이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놓고 몇 달을 싸운 끝에 결말을 봤지만 신당은 그럴 시간도 없다. 늦어도 다음주까지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각 후보 진영은 당분간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놓고 격렬한 샅바 싸움을 하게 됐다.
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