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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성진 법무의 중립 선언을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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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성진 신임 법무장관이 취임사에서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법 집행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평가 받을 만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너무도 당연하고 꼭 지켜져야 할 원칙인데도 그렇게 하겠다는 법무장관의 발언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우리 검찰이 그동안 정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해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 장관의 말마따나 “법이 단순한 통치의 수단으로 전락되거나, 민주주의를 구실로 한 큰 목소리에 묻히는 모습”과 “법 집행기관의 통상임무를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국민의 판단에 그늘 지우는 경우”가 그야말로 허다했다. 정치적 중립은커녕 검찰 스스로 권력의 시녀가 되기를 자청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번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 사건이 바로 그렇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이 일자 “뇌물 방조죄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딴청을 피우다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정 장관 내정자의 발언이 나오자 부랴부랴 관련자 10여 명을 출국금지시키는 등 수사 확대에 나섰다. 눈치보기 수사의 전형인 것이다.

정 장관이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검찰의 정치 중립이 중요하다. 게다가 현 정권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이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 지휘, 이해찬 전 총리의 검찰에 대한 월권 의혹 등 검찰의 고유영역을 무시로 침범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대선 때처럼 ‘김대업식 수사’가 되풀이된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국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정치 논리에 굴복한다면 법치·민주 국가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 장관이 약속한 대로 검찰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정치권에 휘둘림 없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법 집행을 통해 정의 수호와 국법 준수를 위한 국가 최고기관으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