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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안 했더니 … 차 잘 팔리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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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8월 한 달 간 20대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지난달 생산량은 1만732대에 달했다. 지난해 여름, 노조가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공장문을 걸어잠그는 ‘옥쇄 파업’을 벌인 반면 올해는 무파업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5월부터 교섭을 시작해 파업 한 번 없이 6월 말 노사합의를 이뤘다. 이교현 쌍용차 상무는 “지난해의 뼈아픈 교훈으로 파업은 없어야 한다는 데 노사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 역시 지난해 8월 2064대였던 것이 지난달엔 5301대에 달했다.

  지난해 8월 임금인상을 쟁점으로 17일간 파업한 기아자동차 역시 파업이 없던 지난달 7만2657대를 생산했다. 전년 동기(4만6843대) 대비 크게 늘었다. 하지만 7월에 임금 협상과 관련, 부분파업을 벌인 이 회사는 그달 판매량 순위에서 GM대우에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수·수출을 합쳐 7만5798대를 팔아 전달보다 32.6%나 줄어든 셈이다. 파업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판매량에서 다시 GM대우를 멀리 따돌리고 2위 자리를 회복했다. 국내 판매량도 51.3% 늘었다. 각각 월간 판매실적 1, 2위를 기록한 1월(2만3010대)과 5월(2만3008대)에 비해 단 몇 대 부족할 정도였다. 기아차는 지난달 말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경기도 화성공장을 점거 농성한 탓에 5일간 생산이 중단됐지만 정규직 노조원들의 설득으로 공장이 재가동됐다.

  쌍용차와 기아차의 판매가 나아진 것은 생산물량이 늘어난 데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서 회사 이미지가 좋아진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이사는 “소비자가 차를 선택할 때는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한다”며 “파업은 소비자의 차 브랜드 충성도를 결정하는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기아차는 최근 노사가 회사의 장기 발전 전략을 함께 고민한다는 내용의 ‘기아 비전 2010’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노사가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오랜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에 잠정 합의한 현대자동차 역시 판매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0.6%, 전달 대비 3.3% 줄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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