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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현 폭탄선언」 나올라”/정치권 전전긍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5,6공부터 권력층·야권까지 로비의혹/“국회 비자금 증언땐 또 홍역” 긴장
조계종단의 정상에서 사퇴한 서의현 전 원장이 이번에는 상무대 의혹 국회 국정조사의 증인대상자중 한사람으로 올라가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정치인들이 가슴을 죄고 있다. 그는 정치권과 교류가 잦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상무대 의혹은 물론 또다른 비자금 사용처,권력층과의 유착사실 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선 엄청난 파문을 부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구출신인 서 전 원장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지난 86년이후 TK 등 각 정권의 실세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그 과정에서 서 전 원장은 종단의 조직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정치권과의 로비를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전 대통령들과의 관계는 물론 안기부장·법무장관·국회의원 등 고위직 인사 여러명과 지근거리를 유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행은 서 전 원장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는 과도기에는 차기 예상권력자와 우호를 쌓는데 부지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7대선 때는 불교신도인 노태우후보를 지지했고 92년 대선때는 김영삼 당시 민자당 총재 지지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김 후보를 존경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대선후보에 접근
또 대선초에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원장은 권력의 절정에 있었던 사람뿐 아니라 권좌에서 잠시 멀어진 권력자들의 소외감을 파고 들어 신의를 얻는 독특한 처세술을 보였다. 한 여권 인사가 안기부장을 그만두자 곧 그를 찾아가 극진히 위로했으며,새정부 출범후 실의에 빠진 구 권력층 인사들에게도 위로인사를 잊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정치권은 서 전 원장이 8년간 종단의 권좌에 있으면서 조계종단의 「돈과 표」를 미끼로 권력층과 가까이 지내는동안 적지 않은 로비자금을 주고 받았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때문에 서 전 원장의 처지를 『내 입만 뻥긋하면…』이라고 호언장담한 장세동 전 안기부장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불교개혁세력인 범종추 관계자들은 서 전 원장이 수표로 줄 때도 꼭 계좌번호를 적어놓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로비상대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전 원장이 국정조사의 증언대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자·민주당 모두 서 전원장의 사퇴후 움직임을 그래서 주시하는 것이다.
상무대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은 서 전 원장의 증언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청우건설에서 나간 동화사 시주금 80억원의 행방을 밝히려면 말이 엇갈리는 서 전 원장·조 회장,동화사의 현철·선봉·무공스님의 진술비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중 조 회장이 서 전 원장에게 80억원을 주었다고 진술한데 대해 서 전 원장이 『한푼도 받은 바가 없다』고 배치된 말을 한 것이 추궁 초점이다. 민주당은 이 돈과 법회비 지원금 명목인 45억원의 돈도 서 전 원장을 거쳐 여권에 들어간 의혹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도 안심못해
그러나 민주당은 서 전 원장이 증언대에 서면 상무대 자금 이외의 별도 비자금 내용을 밝힐지에 대해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권도 『야당이라고 온전할줄 아느냐』고 엄포를 놓는다. 특히 여권은 민주당이 청와대측을 계속 겨냥하는데 대해 서 전 원장이 DJ의 아·태재단 고문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음을 주목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권력층과의 밀접한 통로를 가진 서 전 원장의 폭탄발언을 막기 위해 사퇴를 전제로 이미 사전협의가 있었지 않았느냐며 정치권의 긴장을 의식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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