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무역흑자 불구 생산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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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품경쟁력 잃어 자재만 수출/공장 5천곳 폐업·파업도 속출
94년 1·4분기 러시아의 무역수지는 개선되었으나 산업생산은 급격히 가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대외경제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 기간중 러시아의 수출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5% 증가한 91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24.1% 감소한 39억달러를 기록,52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수입이 크게 준 원인은 1월부터 수입품에 대해 20%의 부가가치세와 3%의 특별소비세가 부과돼 수입품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수출물량 증가는 러시아의 주요 외화 가득원인 원유·철강 등 원자재의 수출호조에 따른 것이다.
국제원자재 시장에서의 가격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생산량이 줄었지만 국내 유통의 일시적인 개선효과에 힘입어 수출물량은 평균 3.1%(원유)에서 14.8%(석유관련 제품)에 이르기까지 증대했다.
러시아 세관당국과 생산업자들이 『러시아제품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세가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며 촉구하고 있어 금년에도 각종 물품의 관세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내 식료품 시장을 좌우하는 모스크바내의 사드코·스토크만 등 8대 수입업자들이 식료품 수입량을 줄였다.
정부도 국내 농업생산을 장려하고 농민에 대한 지원증대를 위해 곡물 신규수입을 중단하고 나서 곡물수입도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2.4% 줄어든 37만2천t에 그쳤다.
이같은 무역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생산의 하락 때문이다.
94년 1·4분기 러시아의 산업생산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24.9%나 하락해 산업침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중 러시아 전역에서 약 5천개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곳곳에서 임금지불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단식투쟁이 계속되는 등 산업계는 피폐일로에 있다.
산업생산 회복을 위해 정부는 금년들어 자국산 생산제품에 대한 구매비율을 증대시키고 있고 최저임금의 인상과 일부 산업체에 대한 보조금 증액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같은 조치들이 필연적으로 통화증발을 야기시켜 인플레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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