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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회갑기념 "느릅나무..."공연-김길호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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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회갑무대에 서니 이제 겨우 연극에 눈이 떠지는 것같습니다.
새로 첫돌을 맞는 기분이에요.갓 걸음마를 배우는 신인의 자세로남은 연극인생을 불태우고 싶습니다.』 극단 춘추가 마련한 자신의 회갑 기념 공연『느릅나무 그늘아래 욕망』(13일까지.문예회관)의 공연을 막 마치고 분장실로 들어선 원로 연극배우 金吉浩씨는『배우에게는 은퇴가 없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17세때 차범석作 『별은 밤마다』에 출연,연극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래 43년간 그가 주요 배역을 맡아 열연한 연극은 90여편. 그는 64년『소매치기』로 中央日報 신춘문예에 당선됐고84년엔 자신이 쓴 희곡『海哭』이 극단 춘추에 의해 공연되는등희곡작가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기도한 전천후 연극인이다.
『느릅나무 그늘…』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유진 오닐의 작품.
선정적인 장면과 근친상간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논란이 되어 20여년간 국내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던 연극으로 그는 76세의 냉혹하고 완고한 케버트노인역을 소화하기 위해 두달간 맹연습을 했다.기획을 맡은 극단 춘추 대표 文高憲씨(53)는 그런 그를 두고 만능배우면서도 후배보다 먼저 대본을 외고 언제나 연기연습시간을 더 늘리자고 주장하는「연습벌레」라고 평한다.
대부분의 연극인들이 그렇듯이 그의 40여년 연기생활도 가난과의 싸움이었다.
20년을 셋방살이로 전전하다가 지난 83년 서울불광동에 20평짜리 연립주택을 겨우 장만했다.그나마 63년 결혼한 부인 姜榮子씨(53)의 알뜰살림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셋방살이를 면하지못했을 거라는게 주위의 평이다.
84년 공연했던『드레서』의 노배우役,82년『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의 할아버지役이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주연보다는 조연,그중에서도 老役이 좋다』며 앞으로도 주연.조연을 가리지않고단역이라도 「불러만 주면 언제라도」 무대에 설 수밖에 없는「천생의 연극쟁이」라고 고백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古稀나 팔순때라도 「오셀로」役을 연기해보고싶다는 그는 후배가 섭섭하게 대하면 토라져 속상해하는 순진파이기도 하다.
85년엔『크리스티나 여왕』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고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서울연극제 연기상.한국연극상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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