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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쏙!] 동화책은 ‘상상력 발전소’ 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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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 작가이자 독서지도사인 최은순(48)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우리독서교실 사무실에서 한혜주(12·(左)·이현진(11)양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책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책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맑은 동심(童心)을 물들일 만한 동화 한 편, 동요 한 곡이 필요한 계절이다. 이 참에 새 학기 개학 선물로 자녀에게 동화책 한 권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단, ‘논술 대비’라는 건조한 명분을 대지는 말자. 그저 우리 아이의 감성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거름을 주는 일이면 충분하다. 어린이 동화 작가이자 11년째 독서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은순(48)씨는 “창작 동화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상상의 세계”라며 “자녀들에게 마음껏 상상할 자유를 주라”고 조언했다.

최씨는 올 5월 한국안데르센상 창작 장편동화 부문에서 ‘에헤야 넘자 넘어’라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옹기장이이자 소리꾼이었던 최씨의 아버지와 어려서 홍역으로 한 눈을 실명한 오빠의 마음을 헤아리며 쓴 창작 동화다. 최씨를 만나 초등학생 자녀의 독서 지도방법을 들어봤다.

 ◆‘어린이에게 상상할 자유를’=최씨는 세 딸을 모두 동화책으로 키웠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유년시절, 동화책을 가진 친구의 짓궂은 요구를 다 들어줘 가며 책을 빌려 읽었던 최씨 자신의 기억 때문이다. 기발한 상상의 나래가 가득 펼쳐진 동화의 세계는 최씨에게 고전소설이나 위인전만으로는 얻기 힘든 풍부한 감성을 선물했다. 그러다 다시 동화 속으로 빠져든 것은 아이 둘을 낳은 주부로서 1996년 독서지도사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동화책을 펴들었지만, 오히려 아이들보다도 최씨가 더 깊게 빠져들었다. 98년 늦깎이 대학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하면서 동화 창작과 독서지도를 병행했다.

 최씨는 창작 동화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녀들에게 동화를 적극적으로 읽혔다. 그 결과 큰딸은 서울예술대에 진학해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있고, 둘째 딸도 최씨처럼 어린이 동화 작가의 길을 걷겠다며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최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늦둥이 막내딸도 내가 깜짝깜짝 놀랄 만큼 재밌는 표현을 얘기한다”며 “동화를 많이 읽은 아이들이 확실히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최씨는 어린 시절의 독서 습관, 특히 창작 동화 독서를 강조하며 세계적인 창작 동화 『삐삐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을 소개했다. ‘열 살부터 열세 살의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삼킨다’ ‘상상은 어린이에게 최고의 즐거움이며 자유의 상징이다’. 최씨는 “상상력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며 “창작 동화는 상상력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아이의 나이에 맞는 진지함을 발견하고 생각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가 안타까워하는 점은 아이들이 상상할 시간, 상상할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원 스케줄에 쫓겨 하루 종일 시달린 아이들에게 동화는 그저 또 하나의 숙제라는 것이다. 최씨는 “과중한 일과에서 자녀를 해방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독서지도의 해법은 ‘칭찬’과 ‘대화’=그러면 어떻게 독서지도를 해야 할까. 최씨는 “학부모들이 창작 동화를 고를 때 지나치게 추천도서 리스트를 의식하지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를 읽게 하라”고 조언했다. 외부에서 강요된 도서를 읽게 되면 아이의 독서 흥미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옥죄는 지름길이다. 또 “단답식·암기식 대답을 요구하거나 논술문 형식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글쓰기를 훈련시키는 것도 아이의 독서 인생에 독(毒)이 된다”고 지적했다. 독서활동에는 관심 없고 학교에서 내주는 글쓰기 과제나 수행평가를 의식해 한 달 안에 글쓰기 요령을 압축적으로 가르쳐달라는 학부모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이유다. 독서지도를 할 때마다 비슷비슷한 대답과 교과서적인 대답을 늘어놓는 아이들은 대부분 독서 기초가 허약한 경우들이다.

 최씨는 학부모들이 독서지도를 할 때 “칭찬해 주고 대화를 많이 나누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자녀를 ‘고장난’ 물건처럼 최씨에게 데려와 독서지도를 부탁하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칭찬에 인색하단다. 그는 “자녀와 책의 내용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며 아이가 자기 생각을 어설프게 표현해도 크게 칭찬해 주는 게 책 읽는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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