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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단속 나선 민주계/“잇단 말썽으로 개혁선봉 이미지 훼손” 판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진들 나서 「돌출」우려 인물에 경고성 전화
정부와 민자당에 포진한 김영삼대통령의 직계부대에 집안단속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청와대의 불호령도 없지 않았지만 이들 민주계 중간 실세들이 이심전심으로 주변을 부쩍 챙겨보고 있다.
황병태 주중 대사의 해프닝,박태권 충남지사를 중도하차하게 한 사전선거운동 말썽 등 「측근」들의 잇따른 실책과 구설수에 내부 황색경보를 발령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민주계 망신시리즈가 국가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민주계 자질론」으로까지 비화되자 개혁전위대로서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뿐 아니라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자질론 시비를 수구세력의 음모라고 떠넘겼지만 이전처럼 먹혀들기는 커녕 「저급의 당파주의」라는 비난을 받았다.
자기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권 출범때와 달리 까다로워졌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6일 저녁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민주계 고참중진들이 모였다. 참석자는 신상우 국회 국방위원장,김정수·김봉조·강인섭의원과 김수한 당무위원.
서청원 정무1장관의 연락으로 모였으며 황명수 전 사무총장은 선약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그동안 끼리끼리 모인다는 뒷말이 있어 민주계만의 모임을 가급적 자제해왔는데 「상황이 워낙 심상찮아」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먹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김 대통령의 직접적인 당부나 주문은 없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그러나 『제발 헛다리 짚지말라는 무언의 질책이 들리는듯 했다』고 한 참석자가 털어놨다.
결론은 민주계로서 「자긍심」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책임성」이 우선한다는데로 모아졌다.
민주계에 대한 음해설도 화제가 됐지만 그런 개연성이 있다고 해서 「음모론적 대응」은 적절치 못했다는 자성의 소리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이와별도로 민주계는 최근 정부와 민자당,국영기업체에 나가있는 「식구」들중 돌출행위를 할만한 사람들을 따로 추려 개별적으로 『정신 바짝 차려라』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를 걸거나 만나는 「감찰역」은 주로 당에서 문정수 사무총장이나 강삼재 기조실장이 맡는다.
그러나 꼭 필요할 땐 최형우 내무장관,청와대의 이원종 정무·홍인길 총무수석 등도 동원되는데 이들이 나설 경우 그만큼 령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민주계 실세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계 간판으로 내세울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뒤늦게 민주계 열차에 합류한 「방계」들이 설칠 수 있다는 정황 때문에 걱정이다. 여론이 예전처럼 동정적이지 않고 야당이 대드는 강도도 다르다.
한 중진실세는 『사실 민주계는 외롭다. 인재·재원이 부족한데다 주위는 온통 우리의 실수를 노리는 층으로 가득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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