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항공, 툭하면 10시간씩 지연 '만만디 운항'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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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달 1일 오전 1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베이징발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승객 130여 명 중 80명이 내리기를 거부하며 항공사의 지연 운항에 항의하는 기내 농성을 시작한 것. 당초 이 비행기는 전날 오후 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현지의 기상악화에다 정비 문제로 11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이로 인해 이 비행기를 이용, 중국 선양으로 떠나려던 또 다른 승객 250명도 함께 발이 묶였다.

중국 항공사의 고질적인 지연 운항이 심해지면서 국내 이용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건설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7월 1일부터 한 달여 동안 인천공항을 취항하는 중국 국제항공, 남방항공, 동방항공 등 중국 국적 16개 항공사의 지연 운항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항공사의 1시간 이상 지연 운항 횟수는 411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2회보다 77%나 늘었다. 특히 이 중 2시간 이상 지연 운항도 지난해 107회에서 144회로 37회나 증가했다.

지연 운항 사유로는 항공기 연결 문제가 가장 많았다. 인천공항에 와서 승객을 태워야 할 비행기가 앞서 착륙했던 공항에서 제때 출발을 못했기 때문이다. 기체 정비나 여객 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린 탓이다. 이렇게 되면 출도착 승객 모두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이에 따라 3일 "중국 국적의 주요 항공사에 여객 서비스 제고를 위해 항공기 운항 시간을 지켜 달라는 내용의 지시공문을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항공청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들이 앞으로도 기상악화 등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한 지연 운항을 계속할 경우 항공기 증편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허용하더라도 이용객이 적은 시간대를 배정하는 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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