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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까맣게 모른 잠수교 택시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서울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운데 잠수교만큼 운전자들에게 아슬아슬한 다리는 없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잠수교 남단에서는 4일 오후 다시 에스페로 택시(운전사 張龍元.46)가 추락한채 발견됐다.지난해 12월24일 일가족 추락 사망사건 이후 세번째 추락사고였다.
다리 난간을 관리하던 서초구청 직원들은 이날 점심때가 훨씬 지난 오후1시30분쯤에야 난간이 8m가량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이를 다리 입구 검문소에 신고했다.
검문소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해 자동차 바퀴자국등을 보고나서야사고가 난것을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었고 한강순찰대까지 동원된 후에야 강바닥에 자동차가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전내내 다리 난간을 관리하는 구청직원이나 검문소의 경찰관,하루에도 수차례나 이곳을 지나치는 경찰순찰차들 모두가 사고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경찰은 이 때문에 숨진채 발견된 운전사 張씨가 이날 오전3시쯤 집에서 차를 몰고 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 발생 시간을 오전3시부터 오후1시 이전까지 10시간 사이로「넓게」추정하고 있다.
만일 아무도 없는 새벽에 사고가 났다면 이날 늦은 점심때가 다 되도록 현장옆을 지나간 수천대의 자동차가운데 누구도 파손된다리 난간을 유심히 보지않고 지나쳐 버렸다는 말이 된다.
『서울 한복판의 다리에서 자동차가 강물에 빠졌는데도 언제 빠졌는지조차 모르니 안타깝기는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현장조사를나왔던 한 경찰관의 말은 현대인들의 이기심과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새삼 일깨웠다.
〈洪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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