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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은 무더위와 중노동..."업무상 사망" 인정

중앙일보

입력

'살인적인' 무더위와 중노동이 실제로 30대 초반의 한 가장을 숨지게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며 유족에게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보상금 지급을 명했다.

지난해 8월 초순 어느날 정오를 막 넘긴 시각, 수도권의 한 가구공장에서 31살의 작업반장 C씨가 쓰러졌다. 170cm 키, 68kg 체중에 술담배도 거의 하지 않고, 어떤 질병도 없었던 C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사망했다. 의사는 C씨의 사인을 급성심근경색, 급성뇌혈관질환으로 추정했다.

1년 전 C씨가 입사할 때 이 공장에 근무하던 근로자는 모두 12명이었으나, 당시 6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나 작업 물량은 줄지 않았고, 사업주는 6명으로 하여금 12명이 하던 작업을 하게 했다.

여기에 사업주는 작업 물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 작업반장인 C씨에게 폭언을 하면서 직원을 퇴사시키라고 강요했다. 이때문에 실제로 3명의 직원이 퇴사해 C씨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의 업무 외에 많은 다른 업무를 떠안게 됐다.

C씨는 일주일 전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작업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점심도 건너 뛰기 일쑤였다. 퇴근은 오후 7시30분에 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9시까지 야간 작업을 하기도 했다.

당시는 1년중 가장 더운 때였지만 작업장의 냉방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C씨가 작업하던 100평의 조립식 판넬 건물 1층에는 대형 선풍기 4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낮 최고기온이 섭씨 32~34.7도를 오르내리던 무더운 날씨에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조차 뜨거웠다.

유족인 C씨의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 C씨가 수행한 작업이 심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로 과중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작업장도 탈진 증상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거부했다. 이에 C씨의 부인은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전성수 부장판사)는 3일, "근로복지공단은 C씨의 부인에게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등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씨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사업주의 과중한 작업 물량 요구에 응해 점심식사도 하지 못한 채 일을 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증, 급성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C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된 가운데 냉방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작업시간에 휴식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퇴근 시간을 넘겨가며 일을 한 것은 과중한 업무 수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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